혼 돈(混沌)
혼 돈(混沌)
  • 전주일보
  • 승인 2013.10.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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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不服)

혼돈의 사전적 의미는 온갖 사물이나 정신적 가치가 뒤 섞이어 갈피를 잡을 수 없거나 그러한 상태를 말한다. 즉 요즘의 정국이다. 발단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을 비롯해 국방부, 보훈청 등 국가기관들이 대선에 개입한 정황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연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이번 사건을 ‘침소봉대(아주 사소한 일을 크게 부풀려서 말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일삼고 있다’로 치부하면서 한편에서는 ‘대선 결과를 불복하는 거냐’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이번에 드러난 댓글 수와 선거개입 정황은 ‘빙산의 일각’으로, 향후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며 모르쇠로 입을 다물고 있다. 상식 밖의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정치권과 일부 종교계를 제외하고는 크게 흥분하는 세력도, 단체도 없는 것이 더욱 혼란스럽다.

오로지 중앙 언론들만 물을 만난 듯 작금의 혼란상황을 받아쓰며 사안에 따라 역으로 침소봉대하거나 본말을 전도하고 있는 모습이 다수의 국민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요시 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 따르면 지난 9월에 열린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격앙"된 상태로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 됐다는 것인가요"라며 역성을 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이런 사고는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도움도 받았느냐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안일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민들이 크게 이 정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의 본질은 지난 대선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기 때문임을 왜 그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을까. 상당한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솔직히 다수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개혁,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곧 '절차적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론'을 휘두르는 것은 국가기관의 개입 행위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국을 마비시킬 수 있는 '대선 불복 카드'를 야권이 쉽게 꺼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은 지난 대선 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마치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바라보며 억지소리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다 동문서답을 되풀이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모습은 자신이 약속한 '국민대통합'에 반하는 행동으로 지적된다.


#무개념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을 찾아 이른바 ‘깜짝 시구’를 했다. 이날 심플한 갈색 점퍼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태극기가 그려진 푸른색 글러브를 끼었는데, 운동화는 일본 브랜드인 아식스를 착용했다.

그런데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착용한 운동화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브랜드는 일본의 우익단체를 후원하는 브랜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박 대통령의 깜짝 시구 때 착용한 운동화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편안한 후드 티 복장에 태극무늬 글러브를 끼는 등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며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박 대통령이 착용한 운동화 브랜드는 일본의 아식스였다.

생각이 짧았을까. 아니면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의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 일본산 운동화를 대한민국 대통령이 발로 밟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 속이야 우리가 알 수 없지만, 필자의 눈에는 솔직히 개념이 없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아식스가 일본 우익단체를 후원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일본은 최근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동영상을 유포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이들은 "하필이면 일본하고 관계도 안 좋은 시기에 아식스 운동화라니", "태극기 박힌 글러브 끼고 시구했는데 신발은 아식스", "대통령이 다케시마 후원업체인 아식스를 신었다지"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해프닝은 한마디로 ‘블랙 코미디’로 평가된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관계자들도 각성을 해야 겠지만, 선거과정에서 국민의 머슴이기를 약속한 대통령 또한 국민을 향한 의전에 대한 각별한 처신을 요구하는 바다.

/발행인  신  영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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