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전 장관의 소신은 충정이다
진영 전 장관의 소신은 충정이다
  • 전주일보
  • 승인 2013.10.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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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표가 우여곡절 끝에 수리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진영 장관의 처신을 놓고 찬반으로 갈라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진영 장관의 이런 조심스런 태도에 대해 “왜 이러지. 실세장관 이어서 세간의 평가가 부담스럽기 때문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언론에서는 “복지정책과 관련, 청와대를 비롯해 박 대통령과 한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그런가보다”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장관직에 임명된 지 불과 6개월을 넘긴 시점에 “박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 다는 취지로 장관을 더 이상 못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일부 종편에서는 ‘쉬고 싶다’는 진 전 장관의 입장 표명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비겁하다”는 등의 거친 표현을 여과 없이 방영하며 진영 전 장관을 몰아붙였다.

그렇다면 진영 전 장관의 일련의 행동은 박 대통령에게 항명을 한 것일까. 아니면 충정에서 나온 소신일까.

진 장관은 지난 25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복지부장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지난 27일 자신의 국회 보좌관 이메일을 통해 출입기자들에게 그만두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곧바로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국무총리가 나서 "없던 일로 하자"고 다독였다. 하지만 진 전 장관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지인 가족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짤막하게 기자들에게 사의표명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의 태도는 누가 보아도 박 대통령을 겨냥한 항명으로 비쳐질 정도로 명확했다. 그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얼마나 기분이 상했다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동정심이 생길 정도다.

솔직히 진영 전 장관의 개인적 자격으로는 사의 표명 시점이 참으로 절묘하다. 우선 국회 국정감사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소신과 다르게 진행되던 '기초연금법'에 대한 책임도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무위원이라는 공인으로서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결정으로 진단된다. 그래서 보수언론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진 전 장관에게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하나 따져보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진 전 장관이 장관으로서 수정된 기초연금 정책을 국회의 인준을 받은 후 박 대통령과의 조율을 거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장관직을 물러났다면 가정해보자.

아마도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민초들은 “새 정부라고 해서 특별한 수가 있겠어? 진영 실세장관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겠지” 등의 아쉬움으로 은근슬쩍 넘어 갔을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파상공세를 진 전 장관이 온 몸으로 막아냈다고 가정한다면 시중에서 떠도는 소문대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도 급부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명으로 비쳐질 정도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하지만 진 전 장관은 바보가 아니다.

솔직히 진영 전 장관은 조용하게 입 다물고 있었으면 '박근혜 측근, 실세장관, 차기 서울시장 후보' 등으로 거론되면 자신의 입지를 키울 수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진영 전 장관의 ‘작은 날개 짓’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의 속내를 명확하게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그는 국민들과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다.

그는 그의 항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우리의 경제사정상 모두를 충족시키기에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약속이었다는 점을 알렸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내부 갈등을 유발시키는 핵심은 '부처 간 칸막이'가 아니라 청와대의 일방적인 통행을 지적했다.

그는 사의를 표명하면서 "저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사의 표명과 항명으로까지 비쳐지는 처신은 한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 실세 장관으로서도 소신대로 정책을 펼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충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메시지는 향후 박근혜 대통령이 독선에서 벗어나 국무위원, 여당, 야당,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을 온 몸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본보 편집국장  신  영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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