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誤發彈) & 오조준(誤照準)
오발탄(誤發彈) & 오조준(誤照準)
  • 전주일보
  • 승인 2012.10.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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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50여일 앞둔 지난 22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정수장학회 발언'이 대선 중반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날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수의 국민들 또한 박 후보가 오발탄을 쏘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오발탄의 사전적 정의는 ‘실수로 잘못 쏜 탄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박 후보가 정략적으로 오발탄을 쏜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많다. 달리 표현하면 오발탄이 아닌 고의적으로 오조준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순수 공익재단으로서 투명하게 운영됐으며 고(故) 김지태씨의 재산을 강탈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을 했다. 그는 또 기자회견 후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패소판결이 있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언 내용을 바로잡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정수장학회가 더 이상 자신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사진이 명칭 변경을 포함해 잘 판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박 후보가 주장한 내용들은 누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으로 단정 할 수 있다. 즉, 정수장학회는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장학회의 명칭 변경과 이사장의 퇴진, 투명한 운영 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버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도 밝히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충수를 두었다고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 또한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가 다시 원점으로 회기된 상황이라며 장학회가 본인과 상관이 없는데도 이사진들은 사퇴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생각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성토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진중권 교수는 "과거사 청산이 안 되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명확하게 보여 준다. 피해자를 공격하면서 강탈 자체를 정당한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5·16이 정당한 혁명이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즉, 박 후보가 고 김지태씨를 부패한 친일파로 공격하면서 재산 강탈을 정당화한 것은 이미 본인이 공식적으로 5·16을 쿠데타라고 인정했음에도 머릿속으로는 아직 '구국의 혁명'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모두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언급한바와 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 박 후보의 발언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으로서의 부적격자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잘못된 역사관은 물론,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태생의 비밀(?)을 박 후보 혼자서만 부정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실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의 태생적 모순점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박 후보는 오발탄을 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오조준을 한 것이다.

작금의 대선정국은 야권에게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삼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선두를 고수하고 있지만 양자 구도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야권후보들에게 뒤지고 있다.

더욱이 야권후보들이 단일화 했을 경우 박근혜 후보의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 ‘박근혜 필패(必敗)’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박 후보가 자청해서 보수진영의 대 결집을 유도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은 것이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의 시나리오로 압축이 된다. 첫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삼자구도를 형성, 작금의 여론조사 결과대로 대권을 거머쥐는 것이다.

둘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왔을 경우를 대비, 보수 대 진보 구도를 만들어 보수진영의 대 결집을 유도하는 선거 전략이다.

실제로 안 후보가 삼자회동을 제안했을 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안철수 후보가 삼자회동 이전에 대선 완주를 약속을 해야 회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황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는 언급했듯이 상당한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고도의 대선 전략, 즉 인위적 시나리오에 의해 박 후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 후 예상대로 후폭풍이 불자 그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논거의 중심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에서는 야권 단일화만 되면 대선 승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져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어렸을 적,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우며 자랐다. 한마디로 태생적으로 정치를 배우고 몸에 익힌 정치 9단이다. 그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고도의 정치수완을 발휘한다.

따라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상당히 계산된 행보임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편집국장  신  영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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