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현역 레슬링선수 체육계 실태 고백
도내 현역 레슬링선수 체육계 실태 고백
  • 뉴시스
  • 승인 2011.11.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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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만 먹었나? 구조적 상납 의혹

최근 전북의 한 스포츠팀에 영입된 선수 A씨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계약금 중 일부를 빼내 감독에게 전달했다.

A씨 계좌에는 당초 약속했던 금액보다 수 백만원 많은 돈이 입금됐다. A씨와 함께 입단한 동료들도 같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1인당 수 백만원의 돈을 감독에게 건넸다.

이들은 입단 전부터 이 같은 방법으로 감독이 돈을 착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회의 약자인 이들은 이런 사실을 묵인하고 그 대가로 선수 생명 연장과 일정액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그렇다면 이 감독은 선수로부터 착복한 검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한 것일까. 감독 본인이 혼자서 착복한 것일까. 제보자 A씨는 고개를 젓는다.

"감독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적어도 같은 종목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선수가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연봉 4000만원 짜리 선수를 5000만원에 데리고 왔다면, 나머지 1000만원은 검은 돈이 된다고 봐야지요. 우리팀도 그랬습니다."

"대부분 이런 과정으로 입단한 선수는 얼마 못 버티고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열심히 훈련해서 성적을 내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게되면 다른 선수가 이 자리를 채웁니다. 이 때도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윗선에서부터 말을 맞추지 않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악순환의 연속이지요."

감독이 혼자서 돈을 착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실태에 대한 증언이다.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이런 구조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비리를 누설할 수 없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이다.

"감독은 '윗사람들에게 인사도 해야 하고, 경기 때 심판에게 식사라도 대접해야 성적도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돈을 받지요. 이렇게 말이라도 하는 사람은 차라리 양심적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돈을 챙기는 감독이 허다합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그렇다면 위에서 돈을 받아 챙기는 사람들은 누굴까. 상식적으로 볼 때 팀 운영에 관여하는 인사들에게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외롭고 힘든 지도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대다수겠지만, A씨의 주장으로 미뤄볼 때 적지 않은 단체나 연맹 등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어 하겠냐? 다 너희들 좋으라고, 잘되라고 하는 거 아니냐. 윗사람들도 있고, 여기 저기 인사도 해야 하고, 나도 골치 아프다.'"

"선수들도 이런 부분을 어느정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부분은 인정하지요. 꼭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객관적인 회계 처리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감독들은 계약제 신분이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적도 어느 정도는 올려줘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계 인사들에게 '인사'를 해야하는 등 각종 지출 요인이 적지 않다.

본인의 연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팀도 이런 곳에 공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검은 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다.

"경기 후 성적 잘 내서 받는 포상금은 접어두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격려금은 그야말로 눈먼 돈입니다. 대부분 감독의 쌈짓돈이 되거나 활동비로 쓰입니다. 사실 선수들에게는 식사 한 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물론 감독도 고생했겠지만, 정작 피와 땀을 흘려가면서 노력하는 사람은 선수들입니다. 열심히 뛰었는데 돌아오는 결과를 보면 허무할 때가 많지요."

선수 영입금과 각종 포상·격려금에 이르기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체육계의 뒷거래 관행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문제는 이런 잘못된 관행이 내일도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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