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대화할 상대가 없다
북한에는 대화할 상대가 없다
  • 전주일보
  • 승인 2011.07.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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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대화할 상대가 없다 전대열 大記者 작년 5월 중국 북경에서는 남북의 실무자들이 모여앉아 경색되어 있는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회담을 열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연이은 북한의 공격 앞에 남북은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었다. 게다가 2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북한 정권은 강성대국을 위한 군비확충에만 골몰했다.

식량을 구걸하기 위해서라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화에 응했던 과거의 모습은 씻은 듯 사라지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세계를 위협했다.

이러한 냉전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이명박 정권은 우선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이고 북쪽에서도 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실무자들은 나중에 북한 측이 TV방송을 통하여 폭로한 것처럼 청와대, 국정원, 통일부 등 세 부처의 국장급이 참여했다.

이들의 회담은 장관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지극히 실무적인 문제를 다뤘을 것이다. 원래 국가 간의 회담은 사전에 많은 문제점을 제시한 다음 실무선에서 이를 걸러내는 것이 순서다.

본회담이나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마지막으로 결단을 내려야하는 문제 등만 남겨놓게 된다. 이 실무자들의 회담이 원만하고 부드럽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 측이 치졸한 방법으로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외교상 비밀협상은 성패 간에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다. 결렬되었다고 해서 미주알고주알 모두 까발리면 신뢰가 떨어져 다음부터는 마음 속 깊은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된다.

북한이라고 이런 기본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러면서도 폭로한 이면에는 뭔가 다른 세력이 개입한 흔적이 보인다. 그것은 북한 내의 대남 대화파 30명의 숙청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말 북한 정부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으로 있는 류경이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갔으나 연초에 총살되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이는 김정일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3대 세습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 만한 상황은 사전에 제거한다는 기본 방침이 북한 정권에 정립된 것이 아닐까. 김정은이라는 애송이 청년을 정권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그의 지도력과 결단력을 돋보이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국방위원회와 국가안전보위부 일부가 초강경 정책으로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남 공식기구인 통일전선부나 외무성으로는 어린 김정은을 감쌀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최고의 권부인 국방위원회는 군을 기반삼아 대화파 숙청에 전력을 기울인다. 2010년 초부터 이런 조짐은 계속돼 왔다.

북한에서 단행되었던 화폐개혁은 아마도 묻혀있는 돈을 꺼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래 가진 것이 없는 북한인민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올라간 물가고와 물품고갈 사태만을 안겨줬다. 경제의 전반적 침몰을 가져온 대실패였다.

북한 노동당 재정계획부장 박남기는 화폐개혁실패 책임을 뒤집어쓰고 총살되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이용철은 심장마비, 이제강은 교통사고로 숨졌다. 문일봉 전 재정상은 화폐개혁실패, 전 철도상 김용삼은 간첩혐의로 총살,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인민보안부장 주상성을 해임했다.

이들 북한정권의 핵심에 있던 자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있는 것은 모두 강경군부의 입김에 의한 숙청작업의 희생이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분석이다.

그 숫자는 자그마치 30명에 이른다. 새로 한나라당 대표로 뽑힌 홍준표는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강원도 평창군은 남북 접경지대다.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만 한다. 다만 현재 북한 정세가 매우 복잡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는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내다본 미래에 대한 우려지만 김정은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강경파의 생각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강성대국의 완성시기를 2012년으로 잡아놓은 것도 긴장의 요인이다. 3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모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방위원장 김정일은 현재 병중이다. 화면에 보이는 그이 모습은 초췌하기 짝이 없다.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조차 타지 못하고 중국 나들이에도 특별열차만 고집한다.

그가 2008년 8월 뇌중풍으로 쓰러져 초긴장 상태에 빠진 후 그나마 회복된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하루라도 빨리 김정은의 후계 작업이 마무리되기를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김정일이다.

그는 원래 벼랑 끝 타기의 명수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에서는 줄 듯 말 듯 한없이 끌어가면서 식량지원, 중유지원 등 얻어갈 것은 모두 챙기는 수완꾼이다. 이번에는 남북대화의 기둥들을 제거하는 것으로 국내혼란을 잠재우고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냉온 양면작전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의 벼랑 끝 전술은 세계 각국에서도 이미 그 실태를 알게 되었고, 특히 한국 측에서는 국민 모두가 신물을 낸다. 신뢰할 수 없는 정권의 말로를 스스로 재촉하는 꼴이다. 입으로만 평화를 외쳐서는 안 된다.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신뢰의 바탕을 마련해야만 한다.

/한국정치평론가협회 회장  전 대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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