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님
손 님
  • 전주일보
  • 승인 2011.07.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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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소금은 거절 못한다." 러시아 속담이다. 본시 러시아인들은 손님 대접을 잘 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찾아가는 손님에게 빵과 소금을 주는 관습이 있다.

빵과 소금이 환대를 뜻하기 때문이다. 웃는 낯에 침 못뱉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를테면 "빵과 소금은 거절 못한다"가 러시아판 "웃는 낯에 "가 되는 셈. 이 속담은 그 출전(出典)이 아랍이라는 설이 있다.

사실, 아랍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 못지않게 손님 접대를 잘 한다. 이들은 접대일수(接待日數)를 사흘로 정해놓고 예절로 삼을 정도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낯선 사람들을 맞이하면 먼저 내미는 것이 평화와 우정을 상징하는 '캘류메트'다. 이것은 점토로 만든 긴 담뱃대. 예전에는 물론 현재도 그렇지만 수도원에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객실이 따로 있어 내객이나 여행자를 환대한다.

수도원을 찾아간 손님은 '아가페'라 해 식사대접을 받고 하루 이틀은 무료로 묵을 수 있는데, 오늘날의 '유스호스텔'은 여기서 발달한 것이다.

하지만 손(客)이란 민속에서의 '손(鬼神)'과 음이 같듯이 오래가면 상한다. 그래서 독일 속담에도 "생선과 손님은 사흘이 지나면 상한다"했고, 인도에도 "첫날은 손님, 둘째날도 손님, 셋째날은 골치아픈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으로 보면 손님이 손님 대접을 받는 것은 하루 정도. 너그러워야 이틀이고 사흘째부터는 아무리 친한 친구집에 가더라도 두통거리 이상은 되지 못한다.

우리는 외국인, 특히 외국손님에게는 지나칠 만큼 친절한 편이다. 그만큼 손님접대 잘하는 '앙피트리용'인 셈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때도 우리의 접대와 친절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참석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유스티누스 2세 때 동로마제국이 터키와 수호조약을 맺기 위해 파견한 대사일행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해로운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주술사들이 숨이 막히도록 향을 피우고, 화염 위를 지나가게 했다.

사실,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친절은 친절이기 전에 '아부'가 된다. 정부가 앞으로 국제행사 때 외빈 접대를 알맞게 하겠다고는 했지만 각 지자체나 가정이나 손님 접대는 알맞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했지 않은가.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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