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만(持滿)
지 만(持滿)
  • 전주일보
  • 승인 2011.07.01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선을 터뜨리지 않으려면 공기가 가득찬 상태에서 불기를 그쳐야 한다. 이런 상태를 지만지도(持滿之道)라고 한다. 세상에 어떤 물건이든,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지만(持滿)'이란 활시위를 당길 만큼 당긴 그대로 화살을 놓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만'은 달리'영만(盈滿)'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인생훈(人生訓)으로 삼는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때를 기다리라는 교훈이 된다.

어떤 경우나 영만한 경우는 오래 지속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성이 머리 끝까지 찼을 때 그것을 내지 않도록 참는 것도, 지위가 오를 만큼 올라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모두가 어려운 일이다.

춘추 말에 월나라 왕 구천(句踐 )이 명신 '범여'의 만류를 무릅쓰고 오나라를 쳤다가 대패한 뒤 회계산에서 오나라 군사에게 포위된 채 어찌할지를 다시 '범여'에게 물었더니 '범여'가 이렇게 말했다.

"만(滿)을 유지하는 자는 하늘이 돕습니다. 오늘은 화친을 구하고 오왕을 섬기도록 하십시오." 죽기보다 싫은 수모였지만 구천은 '범여'의 말에 따라 '만을 유지하기' 22년, 기어코 그는 오나라를 쳐부수고 천하의 패권을 쥐었다.

'지만 22년'이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불편한 섶 위에 누워 쓰디 쓴 쓸개를 빠는 것과 같고, 맨발로 얼음 위에서 있는 것과 같으며, 한 손으로 철봉에 매달려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다리던 때가 올 때까지 그 고통을 참고 이겨내는 사람은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나 참지 못해 '지만'을 허물어뜨리는 사람은 실패하고 만다. 우리가 개발도상국 중 선두를 달리다 주춤한 것도 그 때문이다.

끈기 있는 민족, 참을성이 강한 '웅녀(熊女)의 후손'이라더니, 요즘의 우리는 성 잘내고, 싸움 잘하고, 욕은 늘면서도, 도무지 기다리지도 참지도 못하는 그런 성깔만 앞서는 모습 뿐이다.

노인에게 막말을 퍼붓는 젊은이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전화만 오래 해도 칼로 찔러버리고, 일못한다고 패 죽여버린다.

기회만있으면 '한국 때리기'에 나서는 일본 극우 논객들은 우리가 흥분 잘하는 것은 김치 때문이라 궤변을 늘어놓는다. 어쨌거나, 걸핏하면 불끈하는 그 성깔부터 눅이기위해 '참을 인(忍)자 교육'이라도 다시 해야겠다.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