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 라(刹那)
찰 라(刹那)
  • 전주일보
  • 승인 2011.06.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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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고 있는 일상의 말 가운데는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 꽤 많다. 가령 열차사고의 현장을 그릴 때 '아비규환' 운운하는 것이라든가, '사기행각을 벌이다' 할 때의 '행각'이 그런 예다.

'아비규환'은 8대 지옥 중 여덟번째 지옥과 네번째 지옥을 가리키는 말이고 '행각'은 선승들이 도심(道心)을 수련하기 위해 산과 들, 골짜기와 강을 돌아다니는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밖에도 '외도(外道)'라든가 '걸식(乞食)' '비밀(秘密)' '방편(方便)' '이익(利益)'도 불교에서 나온 말이고, 요즘 유난히 입이 닳게 쓰는 '투기(投機)'도 원래는 좋은 뜻으로 쓰였던 말이다.

특히 길고 짧은시간을 나타내는 말에 '겁(劫)'과 '찰나(刹那)'가 있는데, 이 말의 어원이 산스크리트어(梵語)다. '겁'이란 산스크리트어 '칼파'를 음역한말로 '개자겁(芥子劫)'과 '반석겁(盤石劫)'으로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개자겁'은 사방 14㎞ 정도의 철성(鐵城)에서 개자를 찾아내 100년마다 개자 하나를 따서 이것이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고, '반석겁'은 사방 16㎞ 정도의 큰 바위를 장수천(長壽天) 사람이 백년에 한번씩 내려와 지나가면서 부드러운 옷자락으로 스처 이 바위산이 모두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반면 아주 짧은 시간을 '찰나'라 한다. 이 말은 산스크리트어 '크산나'를 음역한 것인데 손가락을 한번 튀기는 사이에 60찰나가 있다고도 하고, 또 '찰나'는 1분간의 4천500분의1이라고도 한다. 흔히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라고 하지만 이 한 '찰나' 사이에도 900 생멸(生滅)이 있다고 하니 이 '찰나'에도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가 있어 전전하는 셈이다.

인생의 참(眞)이 이 찰나에있다고 보고 과거·미래를 돌보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만 충실하려고 하는 '찰나주의'라는 게 있지만, 요즘 사람들의 사고가 이런 생활방식으로 흐르는 경향이 문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젊은이들이 저축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순간 순간에만 충실하다 보니 자칫 그때 그때의 최선이 쾌락과 일치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만 열중하는 나머지 내일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하지만 내일이 없는 사람은 오늘도 없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은 바로 '내일'의 '어제'가 아니던가.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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