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녀(貞女)
정 녀(貞女)
  • 전주일보
  • 승인 2011.06.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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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이 다 부처이니 모든 일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 하라. 그렇게 한다면 따로 때를 내어 참선을 할 것도, 곳을 정해 수행할 필요도 없느니라.”(處處佛像 事事佛工 無時禪 無處禪). 원불교를 창시한 영광 출신 소태산(小太山) 박중빈 대종사의 가르침이다. 이해는 쉬워도 따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교무나 정녀를 비롯한 많은 제자들이 소태산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애쓰고 있다. 성속이 따로 없고,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니며, 바로 지금 여기서 내가 하는 일에 깨어 있는 것이 바로 수행임을.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도 그랬다. “불법이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불법이니라.”(佛法是生活 生活是佛法)

원불교 여성교역자 단체인 여자정화단(貞和團)이 지난주 영광 백수읍 길용리 영산성지에서 500여 명의 여성교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6회 정화인의 날' 행사를 가졌다. '정녀'(貞女)라고 불리기도 하는 원불교 여성교역자 수는 현재 755명(현직)으로 전체 교역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위상과 역할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데, 최근들어 지원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원불교 여성교역자는 출가할 때부터 독신서원을 하며 일정 기간 교역직을 수행하고 정녀서원식을 통해 평생 교단과 중생을 위해 살 것을 다짐하면 정화단에 편입된다. 원불교에서는 정녀도 단상에서 설법을 할 수 있는 등 여성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원불교 정녀들은 천주교와 성공회의 수녀, 불교의 비구니, 개신교의 언님(개신교의 독신 여성 수도자) 등과 함께 1988년 10월 한국여성수도자모임 삼소회(三笑會)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삼소회란 이름은 현장 스님이 붙여줬는데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호계는 중국 강서성 여산에 있는 계곡으로, 여산의 동림사에 고승 혜원법사가 은거하면서, 호계를 건너지 않기로 했으나 유학자인 도연명과 도교의 대가인 육수정을 배웅할 때 이야기에 몰두하다보니 무심코 건너 버려 세 사람이 크게 웃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종교를 초월한 이들의 교유를 호계삼소라고 해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됐는데 유교, 도교, 불교를 대표하는 세 사람의 생존연대로 미뤄 후대인들이 꾸며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등일보 논설실장  윤 종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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