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생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하자?
박정희 생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하자?
  • 김규원
  • 승인 2023.11.1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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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뭔가 이상한 조짐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정부 들어서면서 독재자 이승만을 기리는 이승만 기념관을 세우자는 움직임이 진행되더니, 이번에는 박정희 생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하자는 해괴한 제안이 나왔다.

그것도 구시대의 노친네 말이 아니라 버젓한 경상북도 도지사라는 사람이 내놓은 말이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태양절과 광명절로 정하여 기념한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멀쩡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임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일로 정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과 일본의 경우 왕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기념하지만, 그것도 재임 기간에만 기념하고 있다. 더구나 박정희는 초기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여 근대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공로는 있다지만, 집권 과정과 함께 집권 후기의 과실이 더 큰 인물이다.

이 나라의 경제발전을 박정희가 이룬 것으로 포장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이루어 낸 성과이지 박정희의 공로라고 추켜세울 수는 없다. 대구 경북 지역의 민심을 얻어보겠다고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세상이 뒤집어진 게 아니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최근 보수 세력이 득세하면서 친일 사관이 버젓이 공공 문서에 올려지고 그들 세력이 곳곳에서 활약하며 이제까지 못 하던 짓을 한풀이하듯 자꾸만 덧칠하고 있다. 경북 칠곡에서는 친일 백선엽 동상 제막식이 치러졌다는 소식이다.

굳이 후대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교훈을 삼겠다면 1979년 가을 궁정동에서 벌어진 권총 사살 장면을 재연해 보여주는 건 어떤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국민 지지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생각을 물어서 충실한 일꾼으로 거듭나야 한다.

선거는 국민을 대신하여 일할 일꾼을 뽑는 일이다. 모든 선출직은 국민을 지배하고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선출직은 벼슬이 아니라 머슴이라는 점을 똑똑히 기억하고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선출직 공직자가 본받아야 할 인물은 서울특별시 성동구 정원오 구청장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이 나라 모든 공직자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모범 공직자로 유명하다. 일찍 구청에 출근하여 시민과 구청 공무원들에게 일일이 인사 한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건 좋지만 구청 공무원들에게 인사를 하느냐고 물으니, 그분들이 구민들을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성동구청은 정부와 단체, 유엔이 정한 상까지 온갖 상을 모두 독식하다시피 한다.

성동구청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성동구가 받은 굵직한 상들이 잇따라 펼쳐진다.다산 목민대상, 대한민국 지식대상 대통령상, 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크워크 회원도시, UN공공행정상, 전국기초단체장 공약이행평가 6년 연속 최우수상, 어린이 안전 대상,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대상,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등등 신문에 대서특필할 큰 상들이 열거되어 있다. 그것도 한 번만 아니라 9년 연속 등 연속으로 받은 기록이다.

우리 전북의 자치단체들은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상을 줄줄이 받았다는 기록이다. 정원오 구청장의 일화는 책으로 엮어도 모자랄 만큼 많고 구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는 유명하다. 구민들은 그가 이번 3선을 끝으로 더는 구청장으로 선출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맘껏 짓밟고 희롱하며 국민이 어찌 생각하든 하고 싶은 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선출직 모두가 본받아야 할 태도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가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건 약속 위반이고 기만이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아 야당이 여당으로 바뀌었으니 지금부터는 내맘, 우리 맘대로 뒤흔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선거 후에 폭풍처럼 휘두르던 권력의 회오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소 수그러들었다.

여론이 나빠서 자칫하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거대 야당을 탄생시킬 가능성에 움찔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언론 길들이기를 통해 정부 비판을 막고 부정적인 시각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여실하다. 언론을 묶어도 국민들은 대단히 현명하여 알 건 다 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기보다는 잘못을 이실직고, 용서를 비는 편이 훨씬 실익이 있을 것이다. 지난날의 어수룩한 국민으로 알고 적당히 호도하여 어물쩍 넘어가는 태도로는 민심을 돌이킬 수 없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진짜 여론은 훨씬 심각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발림수에 넘어가던 과거의 국민으로 알다가는 큰코 다친다. 정치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국민의 심계도 깊어지고 있다. 정치 술수에 한 걸음 앞서는 국민의 의식이다. 얼버무리고 변명하여 속아 넘어가던 시대는 지났다.

KBS에 충성스러운 사장을 보내서 갑자기 뉴스 내용과 담당자가 바뀌어 방송되면 여론이 달라질 것으로 믿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그런 횡포를 다 들여다보고 있다. 역대 정권 가운데 언론을 탄압하여 성공한 정권은 없었다. 자승자박일 뿐이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정 정당과 인물을 위한 정치로 성공한 사례를 보았는가? 우리 국민은 이승만 독재시대를 거쳐 군사독재와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성숙한 민주주의를 몸으로 배워온 나라의 주인이다.

그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어떤 정치가 옳은 정치인지 정치인들보다 더 잘 안다. 누가 거짓을 말하고 누가 참을 말하는지 안다. 속이려 해도 속지 않는다.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가리고 꾸며도 가면 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할 줄 아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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