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6시. 10.16 보궐선거가 끝난다. 전국적으로 부산 금정, 인천 강화, 전남 곡성, 영광 4곳이다. 유독 관심이 가는 곳은 남원과 고창 이웃인 곡성·영광이다. 강화나 금정은 국힘과 민주당의 싸움이지만 곡성, 영광은 야 3당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에 지도부가 한달살이를 했다. 국회와 부산을 오가며 선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영광의 경우, 민주당·조국당·진보당 야 3당 세 후보 모두 30%대 안팎의 초박빙. 누구도 우열을 점치기 어려운 형국. 개표가 기대된다. 1년 반 뒤 지방선거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국힘, 민주 계열의 위성정당에 이어 전국 비례대표 투표 3위 24.25%로 46석 중 12명이 당선됐다. ’윤석열정부 심판‘과 조국 대표에 대한 동정여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덕이었다. 전북지역에서는 민주당 37.63%보다 훨씬 높은 49.69% 를 얻었다.
전북은 ‘혁명의 성지’다.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된 불의와 억압으로부터 항거, ‘반봉건 반외세’를 소리높여 외쳐왔다. 4.19혁명 때 4월4일 전북대생들의 전국 최초 가두시위. 광주학생운동, 5.18광주민주화운동 시 전국 고교 최초 전주신흥고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곳이다.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 지향’의 정체성이 흐릿할 때마다 민주노동당, 국민의당, 정의당을 전국 1위의 지지율로 답해왔다. ‘살아있는 역사의 땅’이다.
우리에게 민주주의 모범사례로 소개되는 독일연방공화국. 독일은 다당제 국가로 명목상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총리가 국가수반이다. 지금 연방정부는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자유민주당(FDP)으로 ‘신호등 연정’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SPD와 달리 반대편에는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이 있다. 메르켈 전 총리가 기민당 소속이었다. 2005년 총선 이후 18년 동안 독일을 유럽 최고 경제대국으로 이끈 ‘세계의 여성’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다름 아닌 기민당 집권 시 연정에 참여하는 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 ‘기사련(CSU)’이다. 기민당과는 자매정당이다. 기사련은 국내문제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기민당(CDU)보다 보수적이다. 재정문제에서는 더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된다. 1949년 이래 몇 년을 제외하고는 바이에른주에서는 늘 집권당,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사련은 바이에른 지역만, 기민당은 바이에른주를 제외한 독일 전역에서 활동한다.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제가 1991년 다시 시작된 이래, 민주당은 전북에서 언제나 집권당이었다. 평민당·민주당·국민회의·열린우리당 다시 더불어민주당으로, 한 번도 지방 권력이 바뀐 적이 없다. 고인 물이다. 많이 상했다. 전북인들이 군사독재정권에 뿌리 한 정당을 지지하기 싫은 정서, 한편으로는 대안부재 현실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찍어온 부분도 있다.
전북과 광주·전남 그리고 TK로 불리는 대구·경북은 지방 권력에서도 서로 판박이다. 한때 구미와 포항에서 민주당 당선을 제외하고는 바뀐 적이 거의 없다. 국힘 성향 무소속이 몇몇 군데 있을 뿐이다. 도내에선 지난 지방선거 때 임실·순창·무주에서 무소속 군수가 탄생했다. 좌우, 진보도 보수도 아닌 지역 엘리트들의 단순교체일 뿐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되었어도 나중에 대다수가 입당의 길을 택한다. 오로지 ‘서울’만 바라본다.
“민주당이 전북에 최선은 아니지. 차선이랄까. 아니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이지. 찍어준 게 툭하면 각종 비리로 걸리잖아. 대구·경북과 다른 게 뭐 있어? 하는 짓이 똑같아 색깔, 당만 달라” “지역민을 위한 정책이나 프로젝트에서도 서로 ‘거울 바라보기’여∼” 한 정당인 이야기다.
조국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근무 시절을 “내 인생에 있어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했다. 지금 대법원 3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포스트 조국’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국회는 지금 국정감사. 분투를 기대한다.
조국혁신당은 국가 정책에서는 민주당이 미적거리는 금투세나 재벌 과세 등 조세 정의 실현. 또 과거 민주노동당이 내세웠던 ‘무상급식’ 같은 혁신 아이템으로 진보를 지향해야 한다. 반면에 전북에서는 ‘30년 새만금’을 포기하고, 진안고원이나 지리산, 호남평야 등을 아우르는 ‘국민창고’로서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민주당을 견인하고. 지방정치를 혁신이 아니라, 혁명(革命)해야 한다. 당연히 정당 철새는 ‘배제’가 원칙. 보다 오른쪽으로의 ‘전북 우선주의(First)’를 외쳐야 한다. 좌(左)국가, 우(右)전북으로 클릭. 독일 기사련(CSU)이 밴치마킹 대상이다.
“아직도 전북인들 내적 역량이 그리도 모자라나요? 지역에 와서 정치한다는 인간들이 중앙정치권 기웃거리다 한자리 여기 와서 해 먹고. 전북을 서울의 내부 식민지화하고 있어요.” 후배 기자 취중 진담이다. “전북의, 전북에 의한, 전북을 위한 정치∼” 뿌리내리려면 뼈에 새겨야 할 말이다.
#김정기(前 KBS전주 편성제작국장). PD. 1994년 다큐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시작으로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을 만들었다.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다. 전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