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남 탓 예산 장난 멈춰라
정부는 남 탓 예산 장난 멈춰라
  • 김규원
  • 승인 2023.09.04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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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해 예산안 편성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새만금 잼버리 실패 책임을 전북과 새만금에 묻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잼버리 파행의 원인은 혹서기에 대한 대비 부족과 화장실 등 위생시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 미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와 집행은 모두 여성가족부가 담당했던 일이어서 전라북도나 새만금과 연관지을 이유가 없는데도 정부는 긴축재정을 이유로 새만금 예산을 뭉텅 삭감해버렸다. 물론 여가부 관련자들은 장관은 물론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롯이 전라북도가 잘못해서 새만금 잼버리를 망친 듯이 몰아가는 정부의 의도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다.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지만, 정부의 졸렬한 예산 장난에 분통이 터져 다시 짚어보는 것이다.

예산 배분과 편성권을 쥔 정부가 예산을 주었다가 뺏거나 하는 짓이야 말로 철없는 아이들이나 하는 장난과 다르지 않다. 가난에 찢어지던 시절, 부잣집 아이가 누룽지를 갖고 나와서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가 금세 도로 뺏어가는 장난 같은 짓이라고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그저 철없는 정도를 넘어서 만만한(?) 전북에 자신들의 무능한 실패를 덤터기 씌우는 짓이 아닌가 한다. 이 정부는 단 한 차례도 잘못했다거나 실수했다고 인정한 일이 없다.

잘못된 일은 전 정부 때문이거나,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한 말단의 하급 공직자 탓이었다. 윗선이 잘못한 일은 전혀 없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장담하던 여가부 장관에겐 일언반구 추궁하지 않고 뒷바라지에 애쓴 전북 탓으로 돌려 새만금 예산을 뭉텅 잘라내 버렸다.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전북도와 지역 의원들이 국회를 찾아가서 새만금 예산 복원과 전북 특자도법 전부개정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새만금 예산 삭감분을 원상 복귀하는 조건을 내세우면 가능할 법도 하다.

그러나 과연 고집불통 정부가 국회와 타협할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예산이어서 국회의원마다 지역구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의원들이 예산안에 저마다 몫을 챙기느라 아쉬운 소리를 했을 터인데 그걸 다 포기하고 새만금 예산을 위해 투쟁할까?

그래서 새만금 예산을 회복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마침 긴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형편인데 잼버리 실패를 구실 삼아 새만금 사업이 희생양으로 알맞게 드러난 셈이다. 전북도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 하는 짓을 보면 친일 보수 성향 지역에 치중한 치졸한 예산을 편성하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안 되는 일에 헛 공력을 들이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이제라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새만금 예산을 되돌려 놓기 바란다. 지금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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