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제, 수술이 필요하다
고향사랑 기부제, 수술이 필요하다
  • 김규원
  • 승인 2023.04.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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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기부제 시행 100일을 넘었다. 빈약한 시군 재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고,  어떤 지역은 오래전에 실적 금액 3억 원이 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실적 뒤에는 공무원들의 희생과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시군에서는 출향 인사들에게 읍소하는 시기도 지나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서 만만한 공무원들을 볶아 실적을 강요하는 사례가 점점 심해진다는 소식이다. 시군간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기부를 강요하고 실적을 독촉하자 공무원 노조가 반발하여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이하 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공무원에게 강요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금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무원 참여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그들은 고향사랑 기부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지방 소멸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노조는 성명에서 시행 처음부터 지방자치단체의 과열 양상을 우려해 공무원노조협의회에서는 전북도를 비롯한 각 시·군 단체장들에게 법률에 명시된 소속 공무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지 말 것을 엄중 경고해 왔지만 그 경고를 무시한 과열 행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또, “법률에서 명시한 기부 강요 금지를 지키리란 보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점을 행안부나 광역자치단체에서 몰랐다면 정말로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중앙정부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자체의 과열 경쟁에 대해 면밀한 감시와 제제 수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얼마 되지 않을 기부금 모금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홍보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웃지 못할 사례도 지적했다. 공무원 노조의 지적이 아니어도 애당초 이런 구상 자체가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점점 위축되는 경제 전망 속에서 선뜻 기부금을 낼 기업이나 개인이 많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데도 쥐어짜기로 이런 방안을 내놓은 자체가 문제였다. 이런 문제는 지난 11일 전주 MBC길 잃은 고향사랑 기부라는 보도를 통해 매주 직원들에게 실적 제출을 요구해 억지로 실적을 올린 사실을 밝혔다.

10만 원 공제 외에 16.5%에 불과한 공제율 또한 기부금이 늘지 않는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건 세액공제에 차등을 두었고 모집대상을 늘리는가 하면 상한선을 없애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만한 공무원들만 닦달하는 단체장들의 허망한 욕심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고 근본적인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문제점과 기부자에게 제공할 당근의 크기까지 세밀하게 검토하여 제대로 된 고향 사랑 기부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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