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봄날 아침
쓰라린 봄날 아침
  • 김규원
  • 승인 2022.03.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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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겨울을 밀어내고 오는 봄은 포근하고 정겨운 것이었다. 그런 봄이 올해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우리를 노려본다.

6일 현재 코로나19 새 확진자가 243,628명이었고 사망자는 161명이었다. 금주 안에 확진자 누계가 500만 명을 넘어 인구의 10% 이상으로 치달을 모양새다.

거기다 경북과 강원도 동해안 가까운 지역에 산불이 일어나 무섭게 타고 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는 산불이 밤하늘을 물들이며 퍼지는 장면은 섬찟했다. 건조한 시기에 방화까지 겹쳐 엄청난 면적을 태우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산불이 타올라도 대선 시계는 어김없이 재깍거려서 이 글이 실리는 7일과 8일 이틀이 남았을 뿐이다. 그 이틀이 지나고 9일 투표가 끝나고 10일 새벽이면 승자와 패자가 갈려 드러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는 주일

4일과 5일 사전투표 투표율이 36,93%라고 한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보인 2020년 총선의 사전 투표율이 26.69%였던 일과 비교하면 10% 이상의 차이다. 이 사전 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저마다 아전인수로 해석하며 고무된 모습을 보이는 게 흥미롭다.

이재명 후보 측은 윤과 안의 갑작스러운 단일화가 외려 역풍으로 작용한 증거라고 해석한다. 안철수는 그 직전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견해조차 내놓지 못하는 윤 후보를 두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는데 갑자기 후보를 사퇴하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단일화를 절대 하지 않을 듯하다가 갑작스럽게 항복하는 그의 변덕에 실망한 지지자들 상당수가 배신감을 토로하며 반발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한때, 국민의힘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때 그 득실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발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 직전에 갑자기 단일화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안 할듯하다가 극적으로 타결하는 듯한 방법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법이 아닌가 싶다. 그 단일화라는 이름의 막판 해프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10일 새벽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과 19대 대선의 투표 성향을 보면 사전투표가 높아진 선거에서 진보 세력이 승리했던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호남지역의 사전 투표율이 월등하게 높은 이번 선거가 가져올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다.

일부 지역 사람들은 호남의 민심에 대해 늘 불만이고 호남인들을 능멸하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호남은 항상 바르게 선택했고 나라 발전에 유익한 길을 선택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겪으며 약무호남시무국(若無湖南是無國)을 말한 건 각별한 나라 사랑으로 왜적을 물리치고 지켜낸 호남인들의 충정을 말한 것이다.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한 대통령은 제대로 국정을 이끌어나가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임기 말까지 50% 가까운 국정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교하면 호남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지방선거에 시선 돌릴 때

대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단체장 출마 예정자들의 공약 발표가 이어지고 곳곳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민주당인 전북지역 예비후보자들은 당 경선 승리가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여론 형성을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이재명 후보의 명함을 돌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먼저 소개하는 이름 알리기 수단도 보였다.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입후보자 수가 많아 포털을 이용한 개인 선전도 어렵고 유권자의 뇌리에 자신을 심어주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더구나 현역 단체장과 맞서는 입지자는 4년 동안 밭을 갈아 온 농부와 이제 새롭게 맨땅을 일구는 농부의 대결처럼 불균형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 갖은 정성을 다하여 4년 동안 선거운동을 해온 현역 단체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권자의 선거 의식이다. 현역 단체장이 공공예산으로 지역이나 개인에게 베풀어준 일을 고맙게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걸 보답하겠다고 표로 연결해 주는 건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내가 받은 그 혜택이나 편의는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단체장이 준 게 아니라 내게 배정된 것을 받은 데 불과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이고 그 예산은 응당 내게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설사 그런 사례가 특별한 일이었다고 해도 단체장이 호주머니를 털어 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한 행정 행위를 하면서도 생색을 내고 제 것을 주는 듯 인심을 쓰는 단체장이야말로 퇴출되어 마땅한 인물이다. 갖가지 감언이설로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고 안 되는 일을 되게 한 것처럼 선심을 쓰는 행동 등 곰곰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짓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가치는 늘 변한다. 어제의 정의가 오늘은 불의로 변하는 시대, 가만히 앉아서 세상일을 들여다볼 수 있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못 할 일이 없는 세상을 살면서 묵은 시대의 선거 습관도 달라져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사람이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그 흐름을 알고 막아서지 않을 사람을 선택해야 지역과 나라가 발전한다. 아직도 조선 시대의 사대부 논리에 집착하는 사람, 단체장이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따위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큰 머슴이듯, 단체장은 중 머슴이거나 작은 머슴이다. 진정 주인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충직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주인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 제 살림을 채우기에 급급하지 않는 봉사자를 고르는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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