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공공의전원 설립
위드 코로나 시대, 공공의전원 설립
  • 김규원
  • 승인 2021.10.17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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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20대 대통령 선거를 140여 일 앞둔 10월 중순이다. 세상이 온통 선거 바람에 휩쓸린 듯싶어도 그건 그들의 일이고 사람들은 아직도 코로나바이러스를 견디느라 힘겹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갑자기 기온이 곤두박질하여 두꺼운 옷을 찾으며 허둥거린다. 10월 중순에 영하의 기온이라니 지구를 더럽힌 죄 달임 아닌가 싶다.

남쪽 지역에 아열대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서 며칠 전까지 반소매로 살았는데 갑자기 아열대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북쪽의 찬 대륙성고기압이 내려와 한반도를 덮어 금주 내내 추운 날씨를 보인다고 한다. 우리 전북에는 한파경보까지 내렸다. 고단한 민생에 갑작스런 한파라니 복도 지지리 없지싶다.

국민 비서앱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을 하지 않겠느냐고 문자를 보내왔다. 접종 가능 병원을 찾으니 동네 병원 이름이 있어서 예약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화이자 백신으로 날짜를 변경하면서 이 나라가 제법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여 이번 주말이면 7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다음 달 중순께부터 위드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도 독감처럼 감염자 가운데 중증만 병원에서 관리하고 나머지는 자가 치료하는 시스템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처럼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동선이 겹친 모든 이들을 추적하여 검사와 관찰하는 시스템에서 감염 확산 가능성이 큰 대상만 추적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모양이다. 어찌 되든 코로나바이러스와 동행하며 언제든 감염할 수 있다는 주의를 늦추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더불어 마스크도 상당 기간 벗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연 외국의 사례를 보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운동경기장에 가득 모여 고함을 치며 먹고 마신다. 그들의 얼굴에서 바이러스의 위협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들을 보며 부러웠던 마음으로 이제 우리도 그들처럼 모여 떠들고 서로 침을 튀기며 깔깔거릴 수 있을까 하지만 아마 희망 사항 일 듯하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위드코로나를 시작하면 하루 4~5,000명은 기본이고 몇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지난 13단계적 일상 회복 지원위원회를 꾸리고 위드코로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4차 유행의 한복판에서 코로나와 함께 가는 길을 여는 셈이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제한을 풀어 활짝 열어버리지 않을 터이지만, 우선 국민의 방역 인식이 풀어질 것이고 지금처럼 촘촘한 방역 추적도 느슨해질 터이므로 싱가포르 등 앞서 위드코로나 시대에 들어선 나라들처럼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에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아무래도 중환자가 늘어 병상이 많이 늘어야 하는데 이런 준비가 돼 있지 않고 한다. 코로나 사태 2년을 겪으면서 특히 간호인력이 견디지 못해 퇴직자가 900여 명에 이르러 병상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작년에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의대 설립을 추진하다가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추진이 중단된 채 1년여가 후딱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전에 국회 김성주 의원이 공공의대 설립을 다시 거론했지만, 정부는 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움직일 기미조차 없다. 공공의료만 전담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양성하는 일은 시급하다.

더구나 남원 서남대 의대 시설을 활용하여 공공의전원을 설립하는 문제는 전북의 숙원을 해결하는 차원에서도 퍽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전북이 추진하는 일은 말만 무성하다가 마는 사례가 이어졌다. 일을 추진하다가 뭔가 걸림돌이 나오면 돌아가거나 치워버리고 가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포기하는 허술한 근성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랫녘 사람들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과를 얻어내는 데 비해 전북인들은 너무 점잖고 끈기가 없다. 계획을 잘 만들고 시작은 하지만, 결실이 없는 허망한 심성으로 오늘의 낙후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30년 이어온 새만금 사업이 아직도 매립공사조차 마치지 못한 것도 같은 원인이다.

저마다 몸을 사리고 지역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인물이 없었다. 무엇을 해도 떠벌리기만 하다가 슬그머니 물러서는 태도, 체면 차리기에 바쁘고 옹골차게 덤비지 못하는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설치기만 하는 전북이다. 농업정책에서조차 사대부의 군자삼락을 끌어들여 삼락 농정이라니 매사가 제대로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단체장들은 국민이 뽑아준 머슴인 주제에 목민관을 자처하며 국민을 가르치고 길들이려 한다. 누가 주인인지조차 모르는 자들이 단체장이랍시고 거들먹거려도 다음 선거에서 다시 그들에게 표를 주어 나쁜 버릇을 들였다.

공공의전원 설립 문제가 나왔으면 지역 정가가 마음을 합하여 일이 성사되도록 마음을 합해야 하지만, 누구도 그 일에 동조하고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손바닥도 서로 부딪혀야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나야 돌아보는 이가 있고 일이 추진될 수 있다.

누군가 일을 추진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면 자신의 힘이 줄어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으니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다른 이가 추진하는 일에 내가 힘을 보태서 지역이 잘되면 그 공로가 추진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싫어서 손을 내밀지 않는 지극히 나쁜 심성이 있어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마음으로 지역발전은 요원하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가장 시급한 일이 공공의료 인력 확보다. 그리고 우리 전북이 이미 그 일을 추진해왔다. 전북의 인적자원을 총동원하여 일을 추진할 때다. 대선을 앞둔 지금처럼 좋은 시기를 놓치면 언제 다시 추진할 기회가 올지 모른다.

지역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라도 마음을 합하여 성사하는 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전북인들도 지역을 위해 원팀을 이룰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자.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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