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숫자
행운의 숫자
  • 전주일보
  • 승인 2016.10.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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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숫자 3을 좋아한다. 아들 3형제, 삼시 세판, 3층 건물 등 관련 어구가 많다. 3은 천지인(天地人)이 우주만물의 근원이라는 주역에 근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음양학적으로 1,3,5,7,9를 '양의 수'로 보아 선호했다. 서양 사람들은 7에 끌린다. 럭키 세븐(lucky seven), 즉 행운의 7번인데 이는 성경에서 말하는 완전수이다.

7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복을 상징했다. 사랑의 상징인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날이 칠석, 즉 음력 7월 7일이다. 모든 진귀한 보석을 칠진만보(七珍萬寶)라 한다. 또 북두칠성을 행운과 소망의 상징으로 여겼다. 중국인들은 8을 대놓고 행운에 숫자로 여긴다. 숫자8(八)의 병음이 바(b)인데 이는 '돈을 벌다'의 파(拔 fa)와 발음이 비슷하다. 반면 한국과 중국인들은 4자를 제일 싫어한다. 한자로 죽을 사(死)와 음이 같다고 여겨서다. 동양의 대부분 엘리베이터에 4층은 없다. 그래 F라고 표시됐을 뿐이다. 서양 사람들은 13을 금기어로 여긴다. 최후의 만찬에 초대된 13제자 중 유다가 예수를 배반한 전력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특히 13일의 금요일은 모든 서양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날이다.

지난 2월 홍콩 경매시장에서 행운의 숫자인 '28'이 들어간 자동차번호판 경매가 화제다. 이 번호판은 230만 달러(약 28억 원)에 팔렸다고 한다. 차 값도 아닌 번호판 하나에 28억이라니. 뉴욕타임지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번호판이 이처럼 고가를 기록한 것은 숫자 28의 발음이 ‘쉬운 돈’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란다. 중국에서 숫자 8은 돈을 번다는 뜻의 발음과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널리 사랑 받았다. 숫자 2도 '쉽다'는 뜻의 ‘이’(易)자와 광동어 발음이 거의 같다.

아무리 좋은 숫자라도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번호판 값이다. 한국에서도 '골든 번호'에 대한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한다. SK텔레콤이 최근 골드번호 1만개를 무료 배포하는 행사에서다. 골드번호 프로모션은 '010-OOOO-1004' 등 고객이 선호하는 이동전화 뒤 번호 1만 개를 추첨 방식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다. 가장 인기가 있는 번호는 역시 '7777', '0000', '9999', '1004', '8888', '1111' 순이었다. 행운의 숫자와 쉽게 입력이 가능하다 점이 작용했다. 아무튼 행운의 숫자에 얽힌 동·서양인들의 관습적 믿음은 오랜 전통이다. 숫자를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인간심리의 발현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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