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 칼럼 봄 마중
무주군 칼럼 봄 마중
  • 박찬
  • 승인 2008.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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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창가에 있는 난이 꽃을 피웠다. 난 향이 코끝을 지나더니 나를 들뜨게 한다.

봄이 오고 있나보다. 겨우내 닫았던 창을 활짝 열고 상큼한 바람을 맞이하고, 켜켜이 쌓아두었던 추위를 날려 보낸다. 두꺼운 옷이 부담스러워 봄옷을 입어보지만 음력절기로는 동장군이 아직 내 주위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마음은 봄맞이가 되어있는데,

아니다. 봄을 시샘한다는 꽃샘추위가 남아있고 한겨울보다 추위를 더 느끼게 하는 그 유명한 이 월 할매바람까지 하지만 때론 계절답지 않은 기온이 계절을 상실한 듯싶다.

어느 날 아침 가까이에 살고 계시는 친정아버지께서 내게 봄 선물을 가져오셨다.

산책 나갔다가 꺾어온 산수유꽃가지와 개나리꽃 가지 몇 개를 주셨다. 얼른 꽃병에 꽂았다. 곧 터질 듯 한 꽃망울이 목마른 듯 물을 머금더니 환하게 웃었다. 노란색이다.

여리 디 여린 새순과 함께. 그러더니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나의 일터를 드나드는 많은 사람에게 봄소식을 전했다. 이곳에서 봄을 제일 먼저 만끽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를 기쁘게 하고 봄을 전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인생의 황혼이지만 가끔 소년 같은 느낌을 주시는 멋쟁이시다.

나는 가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믿지 않겠지만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는 탓이다.

한때는 출퇴근 시간이 내 일정에 맞지 않아 학원에 등록한 적이 있었지만 사정이 있어 비싼 떡값이 되고 말았다. 내 나이 쉰을 바라보던 어느 봄날 출근 버스 안에서 창밖에 오버랩 되는 수많은 나무들이 나를 유혹했다. 긴 겨울을 알몸으로 버틴 나무들이 연둣빛 눈을 뜨고 있지 않는가? 이럴 수가. 그날의 설레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희소식이라도 된 듯 봄 예찬론에 빠져 있었다. 난 가을을 좋아하는데 나뭇가지의 눈이 세상을 향해 웃고 있는 여린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생명을 잉태한 땅속의 위대함을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또 한 번 놀라며 봄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에 미처 몰랐노라고. 그 말을 들은 선배 왈 봄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늙는다나? 맞다 그 때부터 늙는 게 아니라 철이 들고 있었던 게다.

묶었던 먼지를 날려 보내고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올해는 유난하다. 십 여 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국민들의 기대가 참으로 크다 그런데 초반부터 희망은커녕 정계엔 여전히 시끄러움이 있는가하면, 새내기들의 꿈의 전당인 학교에서도 입시제도가 부활했다며 변화를 촉구하며 들떠 있다. 영어로 교육을 한다는 교육 방침이 늦둥이를 둔 내게도 화살로 날아 왔다. 오랜만에 함께 잠자리에 든 딸애가 엄마 우리가 제일 불쌍하대. 왜냐구? 우리가 대학교 갈 때 지금 교육법의 피해의 당사자래!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선생님께서 그러셨다면 소리를 높인다.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수시로 변해야하고 앞날을 바로 잡아 주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해 답변을 얼버무리고 있는데 질문을 한다. 엄마는 학교 다닐 때 좌우명이 무엇이었느냐고? 이 때다 하고 열변을 토했다

음~ 초등학교 때는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아요.’ 였는데 중학교 때는 ‘된 사람, 난 사람, 든 사람’ 에서 ‘인류에 대한 투쟁, 인류에 대한 투쟁, 자신에 대한투쟁, 투쟁에서 승리를 얻어라’ 였다며 부수적인 설명을 했다. 한참을 침묵하더니 눈을 반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이었다. 맘에 들어 늘 되새기며 선생님께 감사하며 바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는 잘 모른다기 보다 관심이 별로다.

정말 국민을 대변하여 나라가 바로 서기를 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한나라 한민족임을 내세우면서 영호남은 무엇이며 출생지를 내세우는 것은 또 어쩐 일인지.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 눈에 띄는 글귀가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께서 싫어하는 3가지인데

첫째는 폼 잡는 사람 둘째는 검은돈을 받는 사람 셋째는 불성실한 사람이었다. 이는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모두가 한마음일 듯싶다. 봄이 오고 있다. 잔설을 말끔히 녹이는 따사로운 봄볕이 정계에도 학원에도 우리 가정에도 가득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혹독한 겨울을 참아 온 자연을 보라.  침묵을 깨고 아픔을 견뎌 아름다운 봄을 우리에게 주지 않는가?

지금 나는 봄 마중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문인협회 무주 지부 회장 성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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