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
  • 이용원
  • 승인 2015.01.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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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개돼지만도 못한 이른바 정부대신이란 자는 자기의 영달과 이익을 바라고 위협에 겁을 먹고 머뭇거리고 벌벌 떨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도적이 되어 사천년을 이어온 강토와 오백년의 사직을 남에게 바치고 이천만 동포는 모두 남의 노예 노릇을 하게 되었다........아! 원통하고 분하도다.

우리 이천 만 동포여! 살았느냐 죽었느냐. 단군 기자 이래 사천년의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은 '황성신문'의 주필인 장지연이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이 날에 목놓아 통곡하노라"라는 의미다.

장지연은 이 글에서 침략의 앞잡이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난하고 을사오적을 우리 강토와 국가를 남에게 바치고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려는 '매국의 적(賊)'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조약은 고종황제가 승인을 거부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새만금개발청의 3,000억원대 사업과 관련해 도내 건설업체들의 공사 참여의 길이 결국 막혀버렸다. 도민의 한사람으로써 힘 없는(?)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에 대해 갑자기 장지연의 '是日也放聲大哭'이 떠올랐다.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의 주인겪인 도내 건설업체들이 정작 공사에는 참여조차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일 사업으로는 추정금액 기준 연중 최고가에 해당하는, 향후 발주 예정인 공사까지 합하면 1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에 대해 말이다. 그동안 본보는 총 10차례에 걸쳐 해당 사업에 대해 도내 건설업계를 비롯해 관련 협회, 정치권, 지역 상공인 등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은 정작 이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외면했다. 앞서 도내 건설업계는 새만금개발청이 지난달 말경 조달청에 총공사금액 1,927억3,000만원 규모의 새만금 동서 2축 도로공사(제 1공구)와 1,296억4,300만원 규모의 제 2공구에 대해 계약요청했다.

그러나 계약요청서에 공동도급 구성원과 하도급 물량에 대한 지역업체 참여비율을 각각 30% 이상, 50% 이상으로 '권장'으로 규정했다.

이에 도내 건설업계는 강행규정인 의무공동도급이나 지역업체 참여시 배점 부여 등의 방법이 아닌 임의규정인 '권장'으로 계약요청돼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윤덕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김관영 의원은 해당사업에 대해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지역 건설업체들의 입찰참여를 위해 발끈하며 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새만금개발청은 도내 건설업계와 정치권이 제기한 지역기업 우대를 위한 평가기준 개선, 공동도급 구성원과 하도급의 지역업체 참여비율 현실화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적극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여기에 올해 본격 시작될 '남북2축 사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해당 사업의 입찰공고는 계약요청 당시 원안대로 발주됐다.

결국 새만금개발청은 구두로만 지역업체 참여비율 현실화 방안을 약속하고 정작 실천은 하지 않은 꼴이 됐다.

이에 따라 '동서2축 사업'은 물론이고 올해 추진 예정인 7,000억원 규모의 '남북2축 사업'도 지역업체 참여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절대적으로 현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우리는 힘이 미약해 도민의 권익이 크게 무시당해 온 건 모두가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올 SOC예산도 전북도만 삭감된 것 만해도 그렇다.

옛말에 짓는 개가 뒤돌아보게 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가만히 얌전히 앉아 아무소리 없이 조용히 지내는 전북도에게 정부는 홀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배고프다고 울고 보채야 밥을 주는 시대는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태의연한 과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인가?

내 집 안마당에서 외지업체들이 잔칫판을 벌려도 아무 소리를 못내는 전북도를 보며 우리는 나라 잃은 설움만큼 서럽다. 때문에 장지연의 '是日也放聲大哭'이 생각난 것이다.

“원통하고 원통하다. 전북도여, 전북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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