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할아버지 나무 할아버지 나무 나무꾼이 톱을 들고 숲속에 들어섰습니다 나무들이몸을 으스스 떱니다날을 세운 톱이 앞을 지날 때 마다어떤 나무는 옹이를 보여주거나 어떤 나무는 굽은 등을 내밀어 나는 아니라며 물러섭니다이 때 할아버지 나무가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손자 나무야제 아무리 날이 잘 선 톱이라 할지라도 자루가 없는 톱은 톱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쇳조각일 뿐이다자루가 없는 톱은 결코 우리들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너는 알지 않느냐우리들 중 누군가가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쇳조각은 영원히 톱이 될 수 없다인간들은 자루 없는 톱으로 헛톱질을 하다 지치면우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4-04-21 19:13 통나무 계단 통나무 계단 숨을 헐떡거리며 산을 올라가던 인간들이 계단에 엎드린 통나무에서 아고똥하게 돋아난 연둣빛 새싹을 본다 원래 통나무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어느 날 산 같은 분이 인간들을 위해서 계단이 되라고 하자 엎드려 계단이 되었다통나무는 죽어서도 나무가 되려고 애를 태우고 인간들은 통나무를 깔고 앉아영원한 계단이 되라고 사목死木같은 소리를 한다 #계단階段은 높이의 차가 나는 두 곳을 오르내리는 데 쓰는 여러 단으로 구성된 통로이다. 조선 시대까지 계階 또는 제梯라로 불렸다. 석명釋名(경론經論을 해석할 때, 제목에 담긴 의미나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4-04-15 00:07 고향집을 찍다 고향집을 찍다 굽은 소나무들이 길은 내준 마을 어귀에 차를 받쳐놓고게딱지같은 집들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마을을 담았다 이제 해외로 나가면 언제 올지 기약조차 없는 나를마을은 옛날처럼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었다대문을 밀자 아버지의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붉은 칸나가 땀을 흘리며 마당을 쓸고 있었다송골송골한 땀방울을 통화버튼을 누르듯이 손수건으로 꾹꾹 눌렀다지금은 부재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가 반향反響으로 돌아온다텅 빈집을 아버지를 닮은 감나무가 우직하게 지키고 있다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핸드폰에는 손자들이 와르르 얼굴을 내밀었다버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24-03-11 00:05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