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86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나도 철들 수 있을까? 나도 철들 수 있을까? 입춘이 지나더니 날씨가 조금 풀어졌는지 창가에 포근한 햇살이 기웃거린다. 그동안 이른 아침엔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집안에만 눌러있었더니 갑갑하던 차에 K 원로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 한 번 보게 다녀가라는 당부였다. 머뭇거릴 것도 없이 간단히 차리고서 집을 나섰다. K 원로는 우리 나이로 올해 93세다. 보이스카우트 지도자로 만나 어언 40여 년이 넘는다. 그동안 각종 야영 행사와 회의, 그 밖의 일로도 꾸준히 만났고, 최근 20여 년에는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내왔다. 가까워진 건 1991년 제17회 강원도 고성 세계잼 수필 | 전주일보 | 2020-04-23 15:46 배꼽쟁이의 웃음 배꼽쟁이의 웃음 어렸을 적 고향 마을에 배꼽쟁이가 있었다.늘 배꼽을 드러내고 다녀 배꼽이 훤히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배꼽쟁이라고 불렀다. 그의 배꼽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조금 커 보였다. 지금 생각하니 골이 깊고 넓어 아주 튼실한 배꼽이었다.그는 겨울 한철을 제외하고는 늘 배꼽을 내놓고 다녔다. 여름철 정자나무 밑에서 낮잠을 잘 때면 드르렁거리는 그의 코고는 소리와 함께 배꼽이 오르락내리락 출렁거렸다. 아이들은 키득거리면서 배꼽을 구경하다가 배꼽에다 흙을 한 줌 넣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깨지 않고 잠을 잘 잤다. 사람들은 그의 배꼽에 복 수필 | 전주일보 | 2020-04-16 15:37 행운목 향기 속에 행운목 향기 속에 계절이 눈을 뜨고 봄소식을 전해 올 무렵 새집으로 이사했다. 새집으로 이사하려면 신경이 쓰이는 일이 한 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새집 증후군을 제거하는 일이다. 이사 들기 전에 보일러 온도를 높인 다음 방문을 확 열고 통풍시키는 베이크아웃이 있다. 아니면 공기정화기를 틀어서 순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도 아니면 식물의 특성을 이용하여 정화하는 친환경적인 방법도 있다. 그간 두어 차례 새집으로 이사했다. 그때마다 마지막 방법인 식물을 사전에 거의 한 달 정도 옮겨와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방법을 썼다. 즉 식물의 힘을 빌려서 정화를 한 수필 | 전주일보 | 2020-04-09 14:32 라일락 향기 아련한데 라일락 향기 아련한데 온 천지에 꽃이다. 잠시 봄을 더디게 했던 꽃샘추위가 물러가면서 회색이던 대지에는 하루가 다르게 초록물이 돋는다. 그 푸른빛을 열고 쉴 새 없이 꽃잎이 피어나고 있다. 제일 먼저 백·홍·청매가 피는 줄도 모르게 피면서 산수유가 섬진강 변을 따라 봄의 전령사처럼 몰려왔다. 길가의 샛노란 개나리도 흐드러지게 피어나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져 봄 벌들을 불러 모은다. 개나리 울타리 넘어 강변길에는 흐드러진 벚꽃 잎이 눈처럼 바람에 흩날리고 진달래도 여기저기 산불을 질러 타오르는 중이다. 해마다 오는 봄은 설렘이고 아련한 그리움을 수필 | 전주일보 | 2020-04-02 16:15 잔인한 봄 잔인한 봄 꽃피는 봄인데, 봄 같지 않고 질병의 공포에 숨죽인 3월이다. 우주를 넘나드는 첨단 과학 문명도 바이러스를 막는 데는 쓸모가 없다. 서로 만나지 않아야 병이 옮지 않는다고 부부간에도 2m 거리를 두고 대화한다니, 가장 원시적인 방역수단인 셈이다. 세계를 제 눈 아래에 두고 눈을 부라리던 트럼프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기죽어 허둥댄다. 다행스럽게 우리는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차츰 확산이 줄고 있지만, 오는 4월6일에도 개학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세계 수십 개 나라에서 한국의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고 나서고 한국의 대응방식을 배워간 수필 | 전주일보 | 2020-03-26 14:51 새끼고라니의 눈망울 새끼고라니의 눈망울 정월 대보름이 지난 한낮이 되니 봄기운이 완연하고 담벼락에 내려앉은 햇살이 포근하다. 봄볕은 내 시든 가슴에 슬그머니 바람을 불어넣어 밖으로 나가자고 꾄다. 못 이기는 척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작년 11월 중순쯤, 산책을 나섰다가 된바람 맞고서 이내 그만두었으니 3개월 만이지 싶다. ‘코로나 19’ 영향인지 산책 나온 사람이 많지 않았다. 두꺼운 방한복 차림의 초, 중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큰길 건너서 추천교 아래 전주천 산책로에 들어서니 아지랑이가 너울너울 춤추는 가운데, 수필 | 전주일보 | 2020-03-19 14:44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10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