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8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무풍리에 두고 온 생 혼자서 저녁을 끓여 눈물을 말아먹고방 가운데 벌렁 누워낮은 천장에서 허물어져가는백열등을 바라봅니다혼자서 밥을 끓여 먹는다는 것은나에게는생을 끓여 먹는 일입니다 쓸쓸하다는 생각이 먼저 와곁에 누우면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명치끝이 아파 옵니다 창문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초롱한 저녁별은 또 어디로 가는지무풍리의 가을밤이낙엽 같은 이불을 끌어당기면나는 별 밭으로 나가잃어버린 나의 별을 찾습니다/무풍리 : 전북 무주군 무풍면 소재 인간은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한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씩씩하게 혼밥을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9-08 14:21 꽃살문 전나무 숲길을 가을비 스며들 듯내소사에 젖어들면대웅보전 문살마다 연향을 피워 올리고 있다꽃살문 속에서 보살 하나가관음기도觀音祈禱를 올리고이승에서 피우지 못한 꽃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문짝 하나하나가 그대로 꽃밭인데문살과 문살 사이경계 너머 처마 끝에 목을 맨 풍경은문을 열어도 닿을 수 없다 백팔번뇌 관에 담고 못질 할 때 까지가 한 생이라고만개한 모란과탐스러운 연꽃과정연한 국화가두 손 모으는 늦가을꽃살문이 염화미소拈華微笑를 짓고 있다/내소사來蘇寺 :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절 문門은 틀과 살로 이루어진다. 제대로 문 역할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9-01 14:17 살처분 산 목숨을 땅 속에 묻는 것은하늘에게 두려운 일이고짐승들을 생매장 시키는 것은 인간으로서죄를 짓는 일이다산 것이 산 것을 죽여 없애는 것을 살처분이라고 하는데날벼락이다차라리 안락사라도 시키지구덩이를 파고 무지막지하게 묻어버리는 것너무 잔인하지 않은가소야 돼지야 구제역을 아느냐오리야 닭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라는 말들어나 봤냐죽음을 눈앞에 둔 소와 돼지들은 눈물을 흘리고오리와 닭들은자신의 운명을 알기라도 하는 듯끊임없이 울어댄다포클레인이 팔을 몇 번 뻗자 세상이 잠잠하다방역 상 관계자 외 출입금지푯말과 통제테이프가 망연자실 하늘만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8-11 17:35 해풍 해질녘 금강 하굿둑을 건너 온 절름발이 사내가군산항 어느 골목속정 깊은 여자네 집방문 앞에서어깨에 묻은 해풍을 떨어내고 있다저마다 삶의 등딱지를 지고 하루를 버틴 사람들이군산항에 하나 둘불빛으로 돋아나면파도는 하굿둑 저편이 궁금하다고 포말로 부서진다삶은 그런 것이라고 파도가 방파제 어깨를 흔들면바다 위를 망망히 쓸고 가는해풍은부표 위에 앉아 만선을 꿈꾸는 늙은 갈매기가 된다금강하굿둑 배수갑문이 입을 굳게 다문 것은 바다가 잠든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금강하굿둑 : 군산시 성산면과 충남 서천군 장항읍을 연결하는 길이는 1,841m의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8-02 17:55 고구마 찜통 속에 날씬이 고구마 가득하다미스코리아 몸매다고구마들은 얼마 전 부터 웰빙식품이 되기로 작당을 했다다이어트에서부터 피부미용까지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친다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손들이 정신없다날씬해진다면야 목이라도 매겠다고 결심한지 오래다젊은 년들이 더 한다소쿠리를 가운데 두고 육남매가 빙 둘러 앉았다방금 무쇠 솥에서 꺼낸 물고구마에서김이 모락모락 난다막내가 군둥내 나는 묵은 김치를 감아잽싸게 고구마를 한 입에 문다이를 본 큰놈이 날리는 말인마 잘못 먹음 이빨 빠져~30w 백열전등이 천장에서 그네를 타면알전구 같은 머리들이 이불을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7-28 15:09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10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