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에 거는 기대
새 국회에 거는 기대
  • 전주일보
  • 승인 2024.06.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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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총선 이후 조금 달라진 듯 보이던 대통령실과 여당이 지난 국민의힘 연수 때, 대통령의 어퍼컷 한 방이 날려진 뒤에 다시 원래 모습대로 돌아갔다. 어쩌면 그 ‘어퍼컷’이야 말로 힘을 가진 대통령과 여당이 선거에서 졌다고 기죽지 말자는 의미였을 듯하다.

선거 때에는 소리도 흔적도 없던 김건희 여사의 모습이 화보처럼 찍혀 나온 대통령실의 홍보자료도 나왔다. 대통령 내외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예산이 부족하다고 추가예산까지 편성하던 지난해의 떨떠름한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기도 했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다독거려 국민에게 다소나마 신뢰를 얻어야 할 대통령과 정부 ‧ 여당인데 그러한 노력이나 반성의 태도는 흔적도 없다. 대통령은 주어진 임기 동안 여전한 기조로 국정을 이끌어갈 모양이고 여당은 그저 대통령을 지키는 방탄벽 노릇만 하려는 모양이다.

새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었지만 원구성을 위한 합의나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기야 국회가 법을 만들어봐야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되돌려 보내면 헛짓이 되니 국회는 있으나마나다. 국민이 준 권한을 대통령의 힘으로 뭉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의 주인들이 야당에 다수 의석을 몰아준 이유는 대통령의 정치를 견제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소수 여당과 합의하지 않은 법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주인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정치를 잘했더라면 국민이 여당에 많은 표를 몰아주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마음껏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밀어주었을 터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야당에 표를 주어 국정을 견제하도록 조치했다.

국회에서 소수인 여당은 다수 야당에 따르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그런데 소수 여당과 합의하지 않은 법이라고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밀쳐내서 국회의 기능을 무시하고 힘으로 누르는 정치가 이어지고 있으니 문제다.

총선에서 패한 여당과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온 정치행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고치고 개선해나가는 데 주력해야 마땅하다. 엄중한 회초리를 맞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동안의 잘못을 반추하여 사죄하고 개선할 방법을 내놓아 용서를 구해야 옳다.

총선 결과가 거의 1:2에 가깝게 나왔다는 건 정권에 대한 심각한 불신임을 말한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총선 후 잠시 반성하는 듯 보이더니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버티기로 나섰다. 그래봐야 탄핵으로 갈 숫자는 아니니,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말도 많던 대통령 내외 외국 순방을 다시 시작할 태세이고 국회는 여당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원 구성조차 미루고 있다. 국민의 분노와 질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 여당의 태도에 국민이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나라 국민은 과거 무도한 독재 정권과 싸웠고 학생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혼내고 바꾸어 본 경험도 있다. 언제든 아니다 싶으면 일어서서 주었던 권력을 직접 회수할 능력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다.

얍삽한 거짓말이나 회피 수단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회초리를 들어도 말을 듣지 않으면 몽둥이를 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정권의 허물을 들추어가며 자신의 허물은 돌아보지 않는 어쭙잖은 정치기술에 속지도 않는다.

한국전쟁에 완벽하게 무너진 폐허를 딛고 선진국 반열에 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이들이다. 이런 이들을 발림수로 후려내려는 속 보이는 정치는 그만두자, 모든 일에 이실직고(以實直告)하고 잘못을 비는 게 최선이다.

주인인 국민은 선진세계에 있는데 정치는 아직도 초등학교 수준이거나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주인의 뜻을 안다면 달라져야 한다. 주인이 왜 참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할 줄 아는 머슴이 일도 잘한다. 주인의 노화(怒火)가 폭발하면 되돌리지 못한다.

야당은 야당대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라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엿보는 일이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힘을 받았으면 그 힘을 제대로 써야 한다.

머뭇거리고 뭔가 캥기는 듯한 정치행태는 이제 그만 두자. 정치 권력에 꼭뒤를 잡혀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은 싸워 이길 수있는 힘을 주었는데 그힘을 쓰지 못하고 외려 끌려다니는 모양은 처참하다.

그냥 국회의원 세비나 받겠다고 총선에 나선 게 아니라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잘못을 고치고 나라가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저 말 몇 마디 하다가 은근 슬쩍 물러서는 후줄근한 모습에 국민은 실망한다.

국민으로부터 191석을 받은 야당이다. 이러고도 여당에 끌려다니며 지역 교부세 몇 푼 얻은 일을 감지덕지하게 생각하는 짓은 그만두자. 국회의원이 지역 사업을 만들거나 예산을 얻어오는 일은 정치활동 중에 부수적으로 얻는 덤이다.

나라 정치를 바르게 세우고 국정이 잘못 흘러가는 걸 바로잡는 일이 주 임무다. 법을 만들고 나라 예산을 꼼꼼하게 심의하여 밝히는 일도 임무 가운데 중요 부분이다. 정부를 제대로 감독하고 잘못을 밝혀 바로잡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 여당의 잘못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하고 얻어오는 예산은 배신행위의 산물이다. 뭔가 딜(Deal)을 통해 얻거나 비대발괄 끝에 얻어온 예산을 언론을 통해 자랑하는 게 국회의원의 본분은 더욱 아니다.

얻어오는 게 아니라 당연하게 편성하는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퍼주는 예산 관행도 다수당의 힘으로 시정하고 부당한 사업 우선순위도 재검토하여 바로 세워야 한다. 새 국회는 과연 다르다는 국민 감동을 만들어 내는 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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