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갈라놓은 전주-완주, "이젠 합치자"
일본이 갈라놓은 전주-완주, "이젠 합치자"
  • 신영배
  • 승인 2024.05.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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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최근 전주-완주 민간단체가 나서 양 지역 통합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명제 자체가 부끄럽고 어색하지만 반드시 이뤄져야 할 전북의 과제다.

전주와 완주는 원래 역사 속에서 전주 또는 완산이었고 지금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같은 생활권 안에서 동고동락하며 살고 있는 것처럼 완주와 전주는 늘 한 덩어리였다.

어쩌다 일제의 수탈 대상이 되어 전주-완주가 분리되었는데,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도 전주와 완주는 다른 행정구역으로 불렸다. 해방 후 8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각각 다른 이름을 지닌 채, 하나의 생활권에서 살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1997년, 2009년, 2013년 등 3차례 전주-완주 통합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되었다. 통합을 반대한 이유가 대단한 명분이나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지역의 사소한 이기주의 때문이었다. 3번의 통합 시도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등장하고 명분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이유는 반대 세력이 지역에서 차지할 자리가 줄어들까 저어하는 마음이 핵심이었다는 게 당시 일을 추진한 이들의 증언이다.

지역 통합은 주민의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일이어서 주민들이 반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오는 11월에 예정돼 있는 주민투표는 그동안의 사정과 또 다른 환경에서 실시되는 일이어서 그 결과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몸집을 최대한 불려야 한다. 그동안 경남의 진해, 창원, 마산이 통합, 인구 110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전주보다 훨씬 작았던 청주와 청원군이 통합해 인구 84만의 도시로 발전했다. 당연히 인구가 늘고 대기업이 들어섰다. 

여기에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가 통합해 메가시티를 구성하는 일을 활발하게 논의 중이고 대구와 경북 지역도 메가시티로 거듭나기 위해 진통 중이다. 흔한 말로 ‘쪽수’가 많아야 말발이 서고 정치권과 정부가 관심을 갖는다.

지역 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도시들도 통합이라는 과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전북의 중심도시 전주-완주는 이미 한 몸처럼 살아왔으면서도 서로 이름을 달리하고 ‘따로국밥’을 외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때마침 우리도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특별한 지위를 누릴 기회도 왔다.

일부 반대 세력이 말하는 ‘완주가 전주에 예속된다’라는 한심한 구호를 솔직하게 생각해 보자. 그들은 완주가 전주에 흡수 통합되면 완주라는 지역이 전주시의 들러리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웅덩이와 웅덩이가 만나면 하나의 웅덩이로 변하듯 땅덩어리가 특정지역에 예속될 수 없고 한 지역이 되면 그만큼 활동 범위가 넓어진다.

완주군민이던 사람이 전주 시장이 될 수 있고 시의회 의장도 되는 건 당연하다. 일례(一例)로 완주 출신 A 정치인이 지난 전주시장 선거에서 선전했다. 또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나와 선두권을 유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인물만 뛰어나면 출신 지역 가릴것 없이 도지사는 물론 국회의원, 전주시장에 선출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 완주군 주민들이 전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은 관변 및 사회단체의 위원장자리 한자리에 불과하다. 완주 출신이 통합위원장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음에도, 완주지역의 단체만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시장과 시의장으로, 군의원은 시의원으로, 군청이 구청으로 바뀌는 등의 행정 조직이 달라질 뿐이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도시가 훨씬 빨리 성장하고 정부 예산도 더 받아 내 살기좋은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작금의 지구촌은 인공지능(AI) 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전쟁에서 폐허로 변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의 흐름을 타고 날아올라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렇게 변할 수 있던 근본은 우리 민족의 적응력이었다.

헌 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데 열심인 나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새로워질 수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을 이루었다. 유럽이 과거의 문화와 전통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새것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었다.

완주군이 인구 10만 정도의 전주 위성도시를 유지하겠다고 발싸심하는 동안 다른 지역은 발 빠르게 새로운 것을 찾고 받아들이며 발전했다. 전주‧완주를 비롯한 전북은 아직도 좁디좁은 지역에서 만족하며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으니, 타 시도에 비해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특성은 빠르게 적응하고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좋은 버릇을 생활화 하고 있다.  그런데 전북인들은 아직도 묵은 시대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한다. 즉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묵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일어서서 달려야 할 때다.

여태 웅크린 결과가 전국 최하위 경제력과 줄어드는 인구에 소멸을 걱정하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인가 정확하게 앞길이 환하지 않더라도 일단 몸을 불려서 체력을 드러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완주가 전주와 통합하면 막연히 불리할 것이라는 망상 따위는 내 던지자. 일단 합쳐지면 하나의 웅덩이가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가 앞에 서고 누가 뒤에 서는 게 중요하지 않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변신하고 성장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때다. 

전주시 또한 양 지역 통합에 따른 가능한 모든 기회를 완주에 양보하자. 완주 또한 전주와 한 몸이 되어 몸집을 불리고 힘 있게 일어서는 데 주력하자. 통합에 따른 세금 인상이나 부담금이 늘어난다면 일정기간 유예할 수 있다. 또 손실을 보전할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 12월 18일이면 전북특별자치도법이 정식으로 발효돼 특별 조치들이 시행된다. 거기에 전주‧완주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특례들이 발굴되고 시행하게 된다면 전주와 완주는 물론 전북 전체의 면모와 위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주-완주를 따질 계제(階梯)가 아니다. 우리 전북이 살아남아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할 때다. 머뭇거리지 말자. 이번 기회조차 놓치면 전북은 영원한 불모지로 전락해 결국에는 소멸되거나 타 시도로 흡수되고 말 것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한 번 놓친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 하찮고 사소한 고집으로 전북을 통째로 말아먹을 심산이 아니라면 이 앞길을 막지 말자. 지금은 ‘나’보다 ‘우리’를, ‘전북’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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