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 대통령의 담화문
낮은 자세(?) 대통령의 담화문
  • 전주일보
  • 승인 2024.04.0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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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정국이 여당 심판으로 기울면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허둥대는 모습이다. 3월 초 즈음에 여당 과반수 확보 전망에 장밋빛 꿈을 꾸던 여당이 선거 막바지에 갑자기 여론이 뒤집히자 온갖 처방을 다 동원하며 열세를 만회하려 발싸심이다.

1일에는 윤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뉴스가 큰 글씨 자막으로 뉴스 화면을 장식했다. 그런데, 과연 대통령과 정부가 낮은 자세를 보였던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낮은 자세라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

대통령을 만난 현장에서 건의하는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결박하듯 들어 올려 끌어낸 일을 기억한다. KIST 학위 수여식에서 R&D 예산 삭감을 건의하던 참석자도 입틀막을 당해 끌려나갔다. 이런 게 낮은 자세였는지 굼금하다.

취임 후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껏 대통령이 국민 앞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던가? 과연 낮은 자세를 보인 적이 있던가? 어떤 물음에도 수긍할만한 기억조차 없다. 그러던 대통령이 총선에서 여당이 비세에 몰리자 이런 말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일 마지막 반전 카드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라는 이름으로 국민 앞에 지지를 호소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이루어진 배경을 설명하고 의사들에게 의료현장에 돌아올 것을 호소했다.

20년이 지나야 의사 2만명이 늘게 된다는 전망과 고령화에 다른 의사수요가 크게 늘게 된다는 설명도 했다. 의사들이 밥그릇 지키기 투쟁 때문에 그동안 9차례나 시도한 의대 정원 확대가 실패했던 과정도 설명하고 국민에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담화 말미 즈음에 자신이 취임한 이후 공적을 나열하면서 총선을 언급하고 지지를 호소한 대목은 앞으로 상당한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기왕이면 최근의 이종섭 대사 문제 등 잘못된 부분도 인정하면서 사과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날 대통령의 담화가 국민에게 얼마나 어필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방송을 지켜본 이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그동안 이태원 참사 등 재난 상황에서도 이처럼 장황한 담화를 발표한 적이 없던 대통령의 이례적(?) 행동이었지만 효과는 글쎄올시다로 보인다.

지금 국민의 관심사는 의사정원 문제나 총선에 있지 않다. 정부는 물가를 잡았다고 자랑하지만, 시민이 실감하는 물가는 심각하다. 2월에 이어 3월에도 3% 상승했다고 한다. AI4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4~5%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기다 총선 후, 누르고 있던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오르면 민생은 더욱 고달파질 듯하다. 부자 감세 정책만 잇따라 터뜨리는 정부 여당에 서민들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파 한 단에 875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라는 대통령의 정부에 실망해버린 국민이다.

이미 떠나버린 민심을 되돌려 여당에 지지를 얻어보겠다는 생각보다 당장 현장의 물가를 잡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떠난 마음을 되돌리기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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