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수법에 당하지 말자
뻔한 수법에 당하지 말자
  • 신영배
  • 승인 2024.01.3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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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원로 정치인 박지원 정치 9단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험한 말을 퍼부었다. 이낙연 위원장의 창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보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30일 MBN유튜브 ‘지하세계...나는 정치인이다’라는 프로의 인터뷰에서 “선거는 구도와 바람인데 2 보수, 1 진보면 민주당이 식은 죽 먹듯 승리할 수 있었는데 저 '웬수' 이낙연이 분당을 해버리니까 지금은 2 대 2, 즉 1 대 1이 됐다”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낙연 위원장이 "민주당은 사진관으로 전락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만 당사와 대표실에 걸어놓고 정신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라는 주장을 한 것을 두고 “이 위원장은 사진도 걸 수 있는 입장이 못되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이 외에도 박 전 원장은 이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싸잡아 비판하는 데 대해 “이재명을 비판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비판을 양념으로 끼워 넣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낙연 위원장은 새로운 미래당 경기도당 창당 대회에서도 무능하고 타락한 윤석열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하겠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윤 정권을 나무라는 것인지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태도였다.

사실 박지원 전 원장의 말이 아니어도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욕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떠나다시피 했고 공공연하게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그의 비서실장 정운현 씨가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 결과, 25만 표 차이로 오늘의 윤석열 정권이 만들어졌다. 과연 이낙연 지지 세력이 당시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들 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 거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당시 호남에서 윤석열 후보의 표가 다른 선거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나왔던 점을 상기하면 필자의 짐작이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아마 그 일은 누구보다 장본인이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 일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지를.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가 다시 이번 총선에서 지난 대선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 새로운 미래라는 정당을 만들어 민주당 표를 갉아 먹으면 자연스레 국민의힘 당선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짐작은 삼척동자도 가능한 일이다.

이준석의 개혁 신당이 민주당 지지를 잘라먹고 새로운 미래가 표를 갉아 먹으면 민주당엔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개혁 신당은 공공연한 보수 정당이다. 국민의힘 지지 세력이 아닌 일부 젊은 민주당 지지 세력과 무당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결국 셈을 해보면 새로 창당한 두 정당이 모두 민주당 표를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창당한 두 당이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할 터이지만,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은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두 정당이 일부 당선자를 내게 되고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슬그머니 합당 등의 수순으로 이어지리라고 짐작해 본다. 여당이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이 나오자, 누군가 교묘한 머리를 써서 판을 흔들고 뒤섞는 큰 그림을 그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이낙연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 정권 창출에 1등 공신 역할을 하더니 다시 국민의힘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자, 민주당을 쪼개고 표를 갉아 다시 공신 역할을 자임(自任)하고 나섰다. 참으로 가혹한 악연(惡緣)이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미워할 수는 있지만, 내 복수를 위해 국민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낸다면 두고두고 감당하기 어려운 원망을 들을 것이다. 세계 속의 K-문화가 꽃을 피우고 한글과 한국말이 자랑스러워지는 즈음이다.

그런데 이상한 정부, 검사 왕국이 펼쳐지면서 피어나는 한국의 기(氣)가 자꾸만 줄어드는 느낌이다. NASA에서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계획에 한국의 과학 위성을 넣어주겠다고 특별히 배려했는데 올 예산을 뭉텅 잘라버려서 비용을 내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지난여름에 윤 대통령이 R&D예산 카르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과학계 예산이 잘려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전국 과학계 연구자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우리가 오늘 이만큼 이룬 배경은 바로 매년 끊임없이 증액한 연구 예산 덕분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200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줄어든 일이 없던 R&D 예산이 올해 처음으로 대폭 줄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재산인 기술 인력 공급이 걱정이다.

마구잡이 기분 정치가 두 해 가까이 이어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민생은 팍팍해지고 세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살 만해지면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자식도 귀찮다고 낳지 않는다. 

가끔 마주치는 이웃 사람도 멀뚱멀뚱 쳐다볼 뿐, 서로 아는 체하지 않고 지낸다. 힘들고 배고파도 서로 위로하며 걱정하고 보듬으며 살던 사람들의 끈끈한 정(情)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떠다니고 있다. 

나만 편하면 되고 나만 잘 먹고 잘살면 옆에서 죽든 까무러치든 관심 두지 않는다. 정치도 입으로만 국민이다. 분통이 터지고 한심하다. 치사한 장난으로 제 앞만 챙기고 욕심을 부리는 정치세력을 유권자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자신이 속해있던 조직에서 최고의 감투를 누렸던 자가 명확한 이유도 없이 그 조직을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 공학을 떠나, 인간 도의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그들이 더는 옆걸음치지 못하게 하자. 검은 속에서 먹물을 토해내도록 야단치고 이끌어가자.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 모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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