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정치판 풍경, 전북의 한계
여전한 정치판 풍경, 전북의 한계
  • 전주일보
  • 승인 2024.01.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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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70여일 남긴 1월 말일이다. 민주당 독탕 지역인 전북 총선은 민주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웃지 못할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막대기만 꽂아 놓아도 민주당 깃발만 달면 당선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니 선거가 늘 공천 단계에서 끝나는 느낌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도민들의 심사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하는 짓이 늘 전북을 무시하고 눈에 띄게 차별하고 있으니 여당에 표를 줄 수 없는 것이다. 양당 정치에서 한쪽이 미우면 반대쪽으로 표가 몰리는 건 당연하다.

암튼 이런 사유로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싸움이 치열하다. 더구나 이전 선거에는 민주당 올드보이들이 대거 나섰다. 정동영 전 민주당 대선후보, 유성엽 전 국회의원, 이춘석 전 국회의원 등 지난 시절의 스타들이 나섰다.

선거에 나서는 일이야 각자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니 뭐랄 수 없지만, 벌써 선거 과정에 대한 이런저런 흠집내기 주장들이 시민들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선거 양상이 막장으로 치닫던 지난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되살아나지 않았으면 한다.

묵은 시대의 선거에서는 상대방을 자극하여 흥분을 유발하는 수법이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방법이 통하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을 못하냐 라던 시대도 지났다.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적합도를 판단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전화번호를 옮기면서까지 지지를 확보하던 일. 운동원을 이용하여 상대 후보의 가짜 추문을 퍼뜨리는 마타도어 수법도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잊어버린 인물처럼 가만히 있다가 선거가 다가오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여론조사에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정치에도 시민들은 관심 없다. 정치를 하려면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같이 문제를 풀어가며 유대를 형성하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본다.

시민들이 이 사람이라면 우리를 대신해줄 수 있다고 믿어야 표를 주거나 지지를 보낼 것이다. 서울서 잘 놀고 있다가 선거철이 되면 슬슬 움직여 얼굴을 내미는 정치는 묵은 시대의 영화에서나 통할 일이다.

선거구민들이 내 이웃이고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함께 부딪히고 부대끼며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어려울 때 함께 울력하고 슬플 때는 맞잡고 눈물흘리는 이웃이어야 한다. 잘난 사람으로 지역의 리더를 자임하는 태도로는 마음을 얻지 못한다.

선거는 바로 그런 우리들 가운데 한 명을 뽑아 대표로 보내는 일이라는 말이다. 잘난 서울 도련님이나 어르신을 찾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에 나서는 사람은 스스로 자격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철새처럼 때가 되면 날아와 표를 쪼아보는 건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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