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 온 사람은 외롭다
혼자라서가 아니라 피붙이가 그리워 외로운 것이다
밥상 앞에 앉으면 떠오르는 얼굴
잠자리에 들면 눈물이 되는 얼굴
용광로 보다 뜨겁고 양귀비 보다 붉은 말
피붙이
길을 가다가 피붙이를 닮은 얼굴을 보면
와락 껴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고
제과점 앞을 지날 때면 피붙이 생각에 목이 메인다
달팽이가 집을 지고 나뭇가지를 기어오르고
패각 속에서 집게가 세상을 내다본다
집을 나온 사람들의 가슴은
텅 비어 있다
금빛 옷을 입고 가슴 열며 돌아가는 날 그날까지
피붙이여! 오 피붙이여!
잠들지 마라 부디 무릎 꿇지 마라
천리타향에서 머리를 고향 쪽으로 눕히고 잠이 드는
집을 떠나 온 사람은
혼자 누어도 혼자가 아니다
피붙이란 '피를 붙이다'라는 뜻의 합성어로,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으로 가족처럼 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입양을 통해 자식으로 삼거나, 형제자매로 인정하거나, 친구나 동료를 가까운 사람으로 여길 때에 피붙이라고 할 수 있다.
어원은 '피를 붙이다'라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피를 붙이다'는 '피가 섞이다'라는 뜻으로,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가족처럼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고대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 돕고 지켜주며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의 삼 형제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피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가족 외에도 친구나 동료 등과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쓰였다.
조선 최고의 문인으로 알려진 김상헌과 김수항은 서로 피붙이로 인정하고 친하게 지냈다. 또한, 조선 후기의 명필가인 김정희는 자신의 문인 동료들을 피붙이로 부르기도 했다.
현재에는 피붙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대신에 '친구', '동료', '형제', '자매' 등의 단어로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피붙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가끔은 강한 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