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나뭇잎
  • 전주일보
  • 승인 2023.09.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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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나뭇잎 하나하나에는 눈이 있습니다
얼굴 흰 짐승이 가면
나뭇잎들은 눈을 감습니다

나뭇잎 하나하나에는 입이 있습니다
바람 불고 비가 오는 날에는
노래를 부릅니다
혼자 부르기도 하고 입을 모아 부르기도 합니다

나뭇잎 하나하나에는 귀가 있습니다
들어야 할 말과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나뭇잎들은 가려듣습니다

나뭇잎 옆에 서면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됩니다

 


#나뭇잎은 우리와 같이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다. 인간과 달리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다. 인간이 가까이 오면 나뭇잎은 눈을 감아 자신을 숨긴다. 바람과 비는 자연의 선물로, 나뭇잎은 그것들과 함께 노래 한다. 또한 들어야 할 말과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나뭇잎은 가려듣는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파괴하고 무시하는 존재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인간은 자연에 대해 배우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잊었다. 우리는 나뭇잎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나뭇잎은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필요한 것만 받고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잘못된 말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내고 싶을 때만 낸다. 나뭇잎은 인간보다 작고 약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풍부하고 아름다운 삶을 산다. 또한 자신의 색깔과 모양과 크기를 자랑하지 않고, 다른 나뭇잎과 화목하게 지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나뭇잎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서로를 돕고 배려한다.

인간이 무시하고 버리는 것들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들로부터 새로운 삶을 창조한다. 인간이 갖고 싶어 하고 쟁탈하는 것들도 욕심내지 않고, 그것들을 공유하고 나눈다. 나뭇잎을 그윽이 바라보면 아름드리나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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