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조차 싫은 혼돈의 시간
돌아보기조차 싫은 혼돈의 시간
  • 김규원
  • 승인 2023.05.07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어제가 절기상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였다. 오늘도 거의 종일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남쪽 지역이 이번 비로 올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땅이 젖고 저수지 수위가 제법 확보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5월 어린이날을 낀 연휴가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8일 월요일은 어버이날이다. 연휴동안 이름난 식당마다 가족 단위의 점심 식사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해마다 5월은 늘 이렇게 정이 흐르는 멋진 달이었다.

그리고 510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득표율 0.7% 차이로 당선되자마자 용산 집무실을 새로 꾸미는 일부터 시작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던 윤 대통령의 국정 1년은 나라 정치가 실종했던 시간이었다.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의 정치 1년간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뒷걸음질을 거듭했다. 국민의 뜻이 정치에 반영되지 않아 불통의 정치가 이어졌고 대통령의 힘으로 사법 판단이 무력화하고 국회의 입법도 거부권으로 스러졌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이 전혀 국정에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집권 세력의 뜻대로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집권 세력이라기보다 대통령의 생각대로 변하고 있다고 해야 옳겠다. 그들 추종 세력마저 당황해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몇 차례 지적했듯이 대통령은 임금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뽑은 큰 머슴이다. 다른 머슴들을 지휘하여 살림살이하고 주인이 편안하도록 잘 모시는 게 본분이다. 그런데 큰 머슴이 주인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을 서슴없이 걷는다.

취임 1년을 보내면서 야당과 단 한 차례도 마주하지 않았고 취임 초기에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나누던 대화도 망발만 일삼다가 중단한 채 완전한 독단정치로 점점 깊이 들어서는 모양새다. 무엇하나 기대할 수 없는 정치에 국민의 실망만 쌓여 갔다.

지난 4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33%, 잘못하고 있다는 57%로 나타났다. 그나마 60대의 50%70대 이상의 63%를 제외하면 전체 연령층에서 잘못하고 있다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연령층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18-29세에서 13%만 지지했고 66%가 잘못하고 있다였다. 30대는 26%69%이고 40대는 잘하고 있다 20%와 잘못하고 있다 72%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50대에서도 29%64%로 직무수행 평가 여론은 싸늘했다.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의 지지율을 매주 발표하는 미국의 모닝컨설트는 4월 마지막 주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한다19%이고 지지하지 않는다75%로 조사대상 22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22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가을 이태원에서 154명이 밟히고 끼여서 죽는 참사가 일어나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누구도 잘못을 사과하는 사람이 없었다. 만만한 구청장과 경찰서장에 책임을 씌워 구속하는 방법으로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얼버무렸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체면을 구기는 실수를 거듭하여 샘가에 어린아이를 둔 듯 불안하게 하더니,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명령을 내린 판결조차 마음대로 뒤집어 국내 업체가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나라의 최고 사법기구가 판결한 사안을 대통령이 임의로 변경할 수는 없다. 아울러 국내기업이 그 배상금을 내도록 강제할 권한도 없다. 대통령이 돈을 내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낼지는 모르지만, 무슨 근거로 우리 기업이 배상금을 낼 수 있는지 설명조차 없었다.

취임사에서 29번이나 자유를 말하고 연설마다 자유를 외치더니 그 자유라는 게 나라 정치를 내 맘대로 하는 자유를 말한 것인지 모르겠다.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자유가 따르고 용인되는 것인데, 책임은 간 곳 없고 멋대로 하는 자유만 남은 셈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맘대로 일본에 대한 청구와 일본의 사과도 한꺼번에 털어 내주는 파격을 다했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온 건 독도를 내놓으라는 엄포뿐 이었다. 과연 대통령이 국민감정까지 한꺼번에 묵살하고 털어낼 권한이 있는지 알아볼 일이다.

지난 54일 서울 종로구 소재 기독교회관에서 목회자 1,000명이 이름을 올린 시국선언이 발표되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신승원 목사 등이 주도하여 발표한 선언이다. 얼마 전에 대구와 부산에서도 목회자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선언문에서 목회자들은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민생은 파탄 나고 평화는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 일로에 있고, 검찰 권력의 공고화로 협치와 국민통합이 실종되었고, 반노동, 반농민정책으로 국민들이 궁지로 몰리고 있다라면서 온 나라에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위자료 제3자 변제안, 남북관계 등을 비판하면서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는 나라의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전국의 목회자 1,000명이 나섰다고 밝혔다.

부산과 대구지역 목회자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전국 곳곳에서 목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매주 월요일 시국기도회를 열고 진보 불교계도 나섰다는 소문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 상당수 교수가 시국선언과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얼마 전에 전북대학 교수들도 나섰다.

전국에서 점점 커지는 윤 대통령 비토 움직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수그러들지 예단은 어렵지만, 지금까지처럼 불통과 오만을 계속하다가는 온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취임 1년은 국민 모두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달라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