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머슴, 답답한 주인
위험한 머슴, 답답한 주인
  • 김규원
  • 승인 2023.03.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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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머슴은 힘이 좋고 성실해야 하고 무엇보다 주인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야 좋은 머슴이다. 그 시절에  경험도 없는 머슴이 힘만 믿고 주인에게 눈을 부라리거나 맘대로 집안을 관리하려 들었다면 그 머슴은 당연히 볼기를 때려서 쫓아냈을 것이다.

주인이 머슴을 들여 새경을 정하고 일할 기간을 약속하지만, 머슴이 주인의 농사를 잘 짓고 주인의 뜻에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머슴들은 정말 참고 보아주기 어려울 만큼 제멋대로다.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국민은 나랏일을 맡을 대통령부터 광역 단체장과 기초 단체장, 그리고 국민을 대신하여 나라의 중요사안을 점검하고 필요한 법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을 선출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주인들의 뜻을 대신 전하게 했다.

그런데 그 뽑힌 머슴들이 도대체 주인을 우습게 알고 깔아뭉개는가 하면 외려 겁박(劫迫)하는 일이 다반사(茶飯事). 지난날 군주 시대 관리들처럼 주인 위에 군림하려 하고 대접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다.

선거 때에는 머리를 조아리며 알아서 모시겠다고 설설 기어들며 표를 구걸하지만, 일단 표를 얻어 당선하면 태도가 표변(豹變)하여 곧바로 어른 노릇을 하려 든다. 국민을 어른으로 받들어 모시겠다던 그들이 오늘 우리를 대하는 얼굴에는 상전의 권위뿐이다.

그렇게 주인인 국민을 속여 잡은 권력을 개인 것처럼 사용한다. 정적을 몰아세우고 비판하는 언론을 길들이며 주인인 국민의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나라,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누가 나라의 진짜 주인인지 분별할 수 없다.

잡은 권력은 임기 동안 적법하게 무리 없이 사용하여 주인을 보호하고 주인이 행복하게 하는 데 써야 한다. 우리 큰 머슴은 당선하자마자 용산 국방부에 대통령실을 만들고 관저를 새로 마련하기까지 조() 단위의 돈을 낭비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대통령은 큰 머슴이다. 큰 머슴이 제대로 일을 해야 집안이 평안하고 주인이 행복해진다. 그런데 불끈불끈 힘자랑만 하고 가까운 자들로 머슴방을 가득 채웠다. 윤석열 정부에 검찰 출신이거나 검찰청 소속 인사 136명이 들어갔다고 한겨레 신문이 보도했다.

칼 찬 머슴들이 온통 둘러싸고 있으니 주인도 머슴들 눈치를 보아야 한다. 자칫 망나니 칼처럼 휘두르는 서슬에 다칠 수 있으므로. ‘국민만 생각하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한다라는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맘을 덜 상할 것이다.

머슴 자리 앉자마자 주인들이 못마땅하다는 뜻을 보였지만, 막무가내 마이웨이다. 못마땅해서 시위가 계속되고 시위에 머슴을 보호하려다 핼러윈 데이에 생목숨 158명이 희생됐다. 그 많은 생목숨이 죽어 나가도 책임지려는 자가 없고 끝까지 제 식구 감싸기만 계속했다.

외국만 나가면 망신살이 뻗쳐 비웃음 대상이 되고 세계 지도자 가운데 최하위에 랭크되어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한다. 그러건 말건 누가 뭐래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내가 칼 찬 자들을 거느렸으니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일까?

세계 지도자 지지율 순위를 매기는 모닝 컨설트(morningconsult.com)317일 발표한 순위에서 33일에 긍정 평가 22%22위이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데이터를 누락시켜 발표하지 않았다. 20위까지만 발표하고 체코와 대한민국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정책은 주인의 뜻을 살피기보다는 머슴 기분대로 인듯하다. 근로시간을 두고 현행 62시간까지 가능한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늘려야 한다고 정부가 발표하더니 며칠 후에 윤 대통령은 60시간 이상은 곤란하다는 말을 내놔 소관부서와 국민 모두 헷갈리고 있다.

모두 일을 더 하고 돈을 더 받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는지 몰라도 일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는 대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모르면 물어보고 논의해서 최선을 선택하면 무리가 없을 터이지만, 모든 일을 직접 지휘하려 드니 곳곳에서 말썽이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작하여 3.1절에도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말하더니 일본의 강제 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를 우리 기업의 돈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을 내놔 국민의 공분을 샀다. 받을 사람들이 한사코 싫다는데 억지로 주겠다며 일본의 비위를 맞추었다.

그리고 드디어 일본에 찾아가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일본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해결해주었다. 지소미아도 정상화한다고 선언했다. 그래도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한 수 더 떴다.

산께이 신문은 과거에 우리 영공을 침범한 저들의 초계기에 우리 해군이 레이저 조준을 했던 일을 사과하라고 나서는가 하면 독도까지 내놓으라고 큰 소리다. 있는 대로 몽땅 털어 바치고 저들에게서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하는 구걸 외교로 망신을 산 셈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발전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그렇게 그들에 접근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건 없고 임기 4년 남은 대통령이 나라의 이익과 국민 정서를 한꺼번에 뭉개버리는 건 무엇인가?

야당에서는 나라를 팔았다고 성토하고 전국의 수백 개 사회단체가 모여 대통령의 외교적 문제를 정면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지지율은 다시 30% 초반으로 내려가고 주인인 국민은 분노와 실망에 허탈하다.

이 나라 역사에 이처럼 내 맘 대로인 대통령은 없었다. 서슬 퍼런 독재정치를 하던 박정희도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않으면 뒤로 물러설 줄 알았다. 마구잡이 전두환도 국민의 눈치를 보아가며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었다.

검경 칼날을 쥐면 만사를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걸로 아는지 모르지만, 나라의 주인들은 그런 무모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주인이 정말 분노하면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도 백성이라는 물 위에 뜬 쪽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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