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공정과 정의, 그리고 협치
윤 대통령의 공정과 정의, 그리고 협치
  • 신영배
  • 승인 2023.0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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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수없이 강조하고 내세웠던 화두는 공정과 상식그리고 협치였다. 선거 내내 편협한 정치를 타파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바른 세상을 세우겠다고 역설했다. 그가 주장한 공정과 상식을 유권자들이 높이 평가했는지, 20대 대통령에 그가 선택됐다.

다수의 국민은 그가 선거 때에 강조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취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검찰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후 경찰과 감사원, 국정원까지 틀어쥐어 국가의 모든 공권력을 손에 넣었다.

특히 그가 단행한 내각 인사를 보면 공정과 상식은 딴 나라 이야기다. 자신을 따르는 검찰 출신이 주를 이루고 개인적인 친분 등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다. 오죽하면 축구 국가대표 감독도 조만간 검사 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을까.

더욱 불편한 것은 그가 지명한 인물에 대해 국민(언론)이 물으면 지난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본 적 있느냐라고 되물었다하자와 부끄러운 재산형성 과정으로 점철된 인물들이 추천되었다가 물러나도 그에 대한 사과나 국민을 향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공정은 오로지 자신의 기준에 따른 것이었다. 야당과의 협치 약속은 그저 재미로 해본 말인 듯 단 한 차례도 야당과 마주하지 않았다그는 범죄 피의자와 국정을 논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성남FC 의혹, 대장동 의혹 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현실에서 야당과 협치는 임기 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

그의 잣대로 보면 공직이나 단체의 관리자는 모두 잠정적 피의자일 수 있다. 공적으로 처리한 일을 두고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삼으면 모두 피의자로 지목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피의자와 범죄자로 규정한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건희 여사 역시 피의자 가운데 하나다.

피의자와 함께 사는 건 괜찮고 국민의 민생을 위해 야당 대표와 만나는 일은 불가하다는 논리는 같은 피의자끼리도 차별을 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작금의 현실은 고물가와 고유가, 고금리 등으로 사상 유례없는 경제 불황이 닥쳐오고 있다.

서민들은 연 1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기업의 경제 전망 또한 지극히 어둡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힘을 합해야 할 판이다. 이런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지난 정권에 대한 분풀이와 정적인 이재명 죽이기에 정부 여당과 검찰이 일치단결한 듯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는 이명박 정부였다. 그 시절에 민주당 시장이 부정을 저질렀다면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거기다가 성남시의회도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었다. 과연 이 대표가 사면초가(四面楚歌) 속에서 검은 거래를 할 수 있었다고 몰아붙이는 건 아무래도 억지스러워 보인다.

실제 대장동 비리 사건 정영학 녹취록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 속칭 50억 원 클럽이라는 세력이 등장한다.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에서 출금한 돈 473억 원 가운데 140억 원이 흘러갔다는 이모 씨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그러한 의혹과 실질 증거들이 여럿 나왔는데도 다른 쪽은 전혀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에 집중해 온갖 의혹을 쏟아낸다. 하도 많은 의혹이 언론에서 거듭 보도되면서 시민들은 아무래도 이 대표가 상당 부분 간여했고 뭔가를 챙겼다고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검찰이 이런 식으로 한 곳에만 수사 초점을 맞추어 거듭 의혹을 제기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 관련 인물을 수사하는 척이라도 할 만한데, 다른 사람들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 검찰의 수사력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에서 골프를 치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쌍방울그룹과  관련된 조사를 받다가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지로 피해 다니던 그가 갑자기 잡혔다. 그리고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그가 잘 숨어다니다가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함께 잡힌 점도 조금은 의문이 든다. 뭔가 사전에 거래(deal)가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조심스럽게 비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재명 대표를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가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도 두렵다. 정말 잘못 걸리면 저렇게 몰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 나만의 것이기를 바라지만.

이 대표 또한 비리 의혹에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렇다면 이 대표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서 국민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은 이 대표에 집중하는 수사력으로 녹취록과 항간에 떠도는 모든 인물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 대표의 어떤 의혹을 찾아내더라도 다른 관련 수사를 하지 않으면 표적수사 논란과 함께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민주당 또한 이 대표가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도록 협조하고 방탄국회라는 불명예를 더는 감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죄가 없다면 검찰이 죄를 만들어 기소를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얼마든지 결백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판 일은 그 안에서 논리와 타협으로 정의롭게 끝내야 한다. 국민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도 힘겹다. 지금 경제 사정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고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대통령과 정부, 여야 정치권 모두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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