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걱정이 앞서는 마음
새 정부 출범에 걱정이 앞서는 마음
  • 김규원
  • 승인 2022.05.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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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내일(10)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310일 당선 후 2달이 지났는데 2년쯤 지난 듯 지루했고, 날이 갈수록 기대감은 줄고 걱정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윤 씨는 당선하자마자 바로 일할 자리와 머물 자리를 만드는 일에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며 국민의 신망을 저버렸다.

장소가 의식을 지배한다던가? 그처럼 자리를 따지고 고르는 사람이 앞으로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 염려하는 이가 많다. 정부나 대통령실에 장소를 점검하고 살피는 장소 담당 비서관이나 책임부서가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갤럽이 지난 3~4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의 현재 직무 수행 평가에 대해 응답자 41%잘하고 있다’, 48%잘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 마지막 주간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45%가 대해 긍정 평가했고 51%는 부정 평가했다.

떠나는 대통령보다 못한 직무 수행 평가를 받는 당선인이 내일 20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이런 사례는 이 나라 역사에 없었다. 대선 내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것처럼 큰소리치던 그가 당선증을 받자마자 한 일은 집무실 챙기기였다.

강원도 지역에 산불이 크게 번져 막대한 피해를 내고 이재민들이 망연자실한 현장에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코로나에 지친 민생이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어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로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대국민 브리핑까지 했다.

막대한 예산을 국방부 청사를 옮기고 대통령실을 만드는 일에 썼다. 국방부 근무 군인들의 숙소까지 징발하고 외교부장관 관사를 대통령 거주 시설로 쓰기 위해 수리한다는 소식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하여 크고 작은 사무실과 시설들이 이전하게 되고 신축하는 예산은 또 얼마가 드는지 정확한 분석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는 그의 말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니올시다.’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를 겪으며 피폐한 재정이다. 한 푼이라도 더 챙겨서 코로나에 지친 영세상인과 소기업을 도와야 할 형편이다.

당선인 자신의 편안한 의식을 위해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써버리는 그를 국민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그 일을 지상명령인 듯 밀어붙이는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과연 그가 입만 열면 내뱉던 국민을 위하고 살피는 대통령이 될 것인지 불안하다.

 

謀事在人(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다)

 

대통령이 불안하면 보좌하는 내각이나 참모진이라도 든든해야 한다. 그런데 그의 첫 조각(組閣)부터 대선 공약과는 상반된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각계의 전문가를 초빙하고 30대 장관이 여럿 임명될 것이라던 약속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30대는커녕 40대도 49세인 한동훈 1명이다. 70대 총리에 60대가 주류를 이룬다. 각계 전문가라기보다는 당선자 측근을 내각에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들은 공정·상식·실용을 주장하던 당선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을 꾸짖던 그들이다. 문 정권 내각을 나무랄 수 없는 인물들을 골라 내각과 참모진에 배치했다. 정권교체를 주장하던 그들이 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표를 준 국민만 바보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좋은 정치는 한 사람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다. 모든 결정이 독단으로 이루어지는 건 바로 독재다. 한 사람에 집중된 권력과 결정은 반드시 오류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 자문하고 일을 맡겨 오류를 줄인다.

주변에서 비위를 맞추기 시작하면 늘 자신의 결정이 옳은 정답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는 알랑거리는 인물보다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을 가까이 둔다. 새로 시작하는 정부는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측근보다는 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을 써야 했다.

윤 내각 청문을 진행한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보건복지부), 원희룡(국토부), 이상민(행정안전부),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를 부적격 판정을 내려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총리 없이 새 정부를 시작하겠다고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총리 후보자까지 걸고넘어지는 민주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강대강 맞불 작전이다. 어쩌면 김부겸 현 총리가 장관 후보자를 제청하는 촌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장관 없는 부처는 차관이 대행하는 내각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국회와 새 정부 사이에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6.1 지방선거가 걸려있는 정국에서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사안의 처리가 지극히 어렵다. 지방선거와 일부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끗 차이로 이겨도 내건 판돈을 모두 쓸어 담는 도박판을 연상케 하는 지난 대선이었다. 0.7끗 차이로 이긴 윤 당선자의 행보가 여러모로 눈에 거슬렸던 2개월이었다. 적은 차이를 의식해서 일부러 보여주려는 행동이 아니라면 국민 여론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에서, 코로나와 올라버린 집값과 어설픈 정치에 염증이 난 사람들 덕분에 조금 더 얻은 것이다.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의중을 살피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쉽게 흔드는 주먹 앞에 국민을 두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상대인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에 아직도 잠에서 덜 깬 듯 허우적거리는 걸 기회로 정국을 완벽하게 장악하려 들지만,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국민의 눈이 매섭다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밀어붙이는 방식이 모든 곳에서 통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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