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20.04.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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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령초등학교 울타리 가에 이팝나무들이 군(群)을 이루고 수업 중이다
흰 쌀밥 같은 꽃은
윤기 자르르한 고봉밥이다
밥 한번 배터지게 먹고 싶었던 우리 할아버지 한(恨)이
이팝꽃이 되었다
가난은 채독 뚜껑을 열어놔도 누구 한 사람 훔쳐가지 않았다

아이들아 마령초등학교 아이들아 너희는 밥버러지는 되지 마라
간과 쓸개까지 빼놓고 밥그릇에 연연하는 치사한 인간은
절대 되지마라
더더욱 된밥 진밥 가리면서 쪼잔하게 살지 말고
밤심으로 살아가거라
늙은 이팝나무가 육학년 선생님처럼 말하고 있었다

ㆍ 마령초등학교 이팝나무 : 전북 진안군 마령면 소재

날마다 하루세끼니 꼬박꼬박 챙겨 먹는 밥은 일상적이고 익숙한 일이다. 밥 한술은 우리 삶에서 매우 흔해서 고맙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밥 한술이 그립고 서러울 때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바로 식욕이라고 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인간은 안간힘을 쓴다. 세상에 괴질이 만연해도, 부조리에 돌주먹을 쥐면서도, 전쟁터에서도, 심지어 TV 앞에서도 우리는 밥을 먹는다.

생존을 위해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하는 일이 인간에게 감내해야 하는 슬픈 중의 슬픔이다. 하지만 우리는 먹어야 산다. 살기위해선 먹어야 한다. 밥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너도 먹고 나도 먹는다.

밥을 소중히 여기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가 들고 있는 숟가락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가 하늘이라면 후자는 땅이다. 밥 한 끼를 섬기기 위하여 피를 토하며 살아온 순박한 사람들은 눈물이 역사다.

밥 앞에서 비굴하거나 비겁하지 말아야 한다. 한 그릇 밥은 잠시의 허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마음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대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는 밥 앞에서 눈알을 빼라. 그때 밥 에게 부끄럼 없이 사는 그대가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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