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와 가심비
가성비와 가심비
  • 전주일보
  • 승인 2018.10.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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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는 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이 좋은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제는 나만을 위한 상품을 갖고 싶어 최근 몇십만원 하는 맞춤형 의자를 샀어요. 이 의자에 앉아 일하거나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최근 출입처에서 만난 40대 한 직장인의 얘기다.

소비 트렌드가 '가성비(價性比) 시대'에서 '가심비(價心費) 시대'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인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졌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다는 뜻이다. 인터넷만 한번 클릭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 제품들도 가격과 품질 정보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으면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나 디자인 대신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 것은 경기불황 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 지면서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심비가 뜨고 있다.

가심비는 가성비에 마음 '심(心)'을 더한 것으로, 가성비 보다 심리적인 만족감을 더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가성비의 경우 가격이 싼 것을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심비는 조금 비싸더라도, 설령 객관적인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만족하는 제품을 구매한다. 제품의 성능 보다 자신의 주관적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1-2만원짜리 뷔페에 줄을 섰지만 요즘에는 한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자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늘고 있다. 작고 확실한 행복인'소확행', 내가 좋다면 가격을 따지지 않는 '나심비', 돈을 마구 써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탕진잼' 등과 같은 요즘 유행어들과 궤를 같이 한다.

올 초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소확행'과 함께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그런 공간을 찾는 경향을 뜻하는 스페인어인'케렌시아'(Querencia) 등과 함께 '플라세보(Placebo) 소비'를 2018년 소비트렌드로 꼽았다. 플라세보 소비는 속임약인 '플라세보'와 '소비'가 결합된 말로 실생활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소비는 아니지만, 소비를 함으로써 마음의 만족감을 느끼는 '가심비'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소비 경향에는 문제가 있다. 가심비를 추구하면 할 수록 소비자들은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씩 찾다보면 눈 높이는 계속 올라가지만 지갑은 갈수록 얇아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에게 '선물' 한두개쯤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거나 과하면 화가 될 수 밖에 없다.

"당신은 가성비 소비자 입니까? 아니면 가심비 소비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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