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의 귀환
짱뚱어의 귀환
  • 전주일보
  • 승인 2018.08.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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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갯벌에는 짱뚱어가 산다. 큰 머리와 뭉툭 튀어 나온 눈, 수평으로 열리는 주둥이로 무장해 '갯벌의 신사'로 통한다. 세갈래 지느러미는 색점이 점점히 박혀 펼치면 화려한 날개 짓으로 보인다. 사람에 따라 '도룡농'같다고도 하고 '괴물'같다고도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작은 용'같아 보인다.

농어목 망둥어과인 짱뚱어는 몸길이 약 15~20Cm로 지느러미가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짝짓기 철인 5~8월 구멍에 알을 낳고 수컷이 알을 지킨다.

새끼를 지키기 위한 짱뚱어의 노력은 처절하다. 자신의 집을 침범하는 자는 결코 용서치 않는다. 개펄 표면의 동물성 플랑크톤과 부착 조류를 먹고 사는 유순한 동물이지만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상대와는 결투도 마다 하지 않는다. 이런 공격성 때문에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짱뚱어 낚시꾼은 새끼를 지키러 달려드는 짱둥어를 사정없이 낚아챈다. 인간들은 그것을 '훑이기 낚시'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짱뚱어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몸을 던진 용맹함을 미끼도 없는 훑이기로 낚아 채다니 야속한 인간이다. 짱뚱어는 10월초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겨울 잠을 잔다. 그러는 통에 '잠둥어'라는 별칭도 얻었다.

전라도 사람들에게 짱뚱어는 고마운 존재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짱뚱어 기름을 짜서 '초롱불'을 밝혔고, 배고픈 시절 짱뚱어탕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고흥, 벌교, 신안등 갯벌 사람들은 지금도 보릿고개를 넘게 해준 고마운 짱뚱어를 잊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고마운 먹거리였던 짱뚱어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이 갯벌 대표어종으로 짱뚱어 보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25일 전남 보성 벌교읍 호산지역에 인공 종자 3만마리를 방류했다. 지난해까지 모두 9만 8천마리를 방류 해 짱뚱어가 지역 갯벌에서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짱뚱어 놀이터 전라도 갯벌도 요즘 새롭게 변신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층으로 이뤄진 전라도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 1월 전라도 갯벌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 되면 세계 사람들이 너나없이 명품 전라도 갯벌에 뛰노는 짱뚱어를 주목할 듯 하다.

아마도 세계인들은 전라도 토종 짱뚱어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호랑나비 같은 화려한 무늬에 세갈래 지느러미, 갯벌을 살금살금 기다가 잽싸게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작은 용'이라고 탄성을 지르지 않을까. "굿 원더풀 스몰 드래곤!"할 것이다. 하찮은 탕거리로만 여겼던 짱뚱어가 '금둥어'로 대접 받을 날이 멀지않았다. 금둥어로 몸값을 높인 짱뚱어가 세계인들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고마운 짱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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