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그리움이 밀려온다. 가슴의 격통은 진작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참회에서 비롯된다. 수십여년의 세월 동안 세뇌 교육을 거쳐 다져진 우상을 향한 굴종에 익숙한 관습으로는 살아 생전 그의 탈 권위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의 진면목은 그가 아닌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은 데 있었다. 알지 못한 채 '비난'에 가세하고 '비틂'에 동참했던 무지(無知)가 가슴을 후벼파는 진한 후회다.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치열하게 순수하고 강인한 열망으로 싸워 버티던 그를 좀 더 깊게 가슴으로 공감하지 않았던 죄책감이었으리라.
그가 세상을 떠난지 여덟해가 되는 날(23일)을 앞두고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시민문화제'에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광장에 모인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은 그를 그리며 헌시(獻詩)를 낭독하고 눈물을 흘리며 '사람사는 세상'을 이야기 했다.
그를 기억할 이유가 있는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만들어졌다. 감독 또한 여늬 사람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가 아닌 영화제작을 마무리할 때 쯤에야 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영화를 제작하게 된 소회는 다소 길었다. "'사람은 이래야 된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 버렸고, 왜 괴물 사회에서 괴물이 되지 않느냐'고 구박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사람이었고, 그 끝에서도 사람이기 위해 그 높은 벼랑 끝에서 뛰어 내렸다. 그 마지막 길로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와 실존을 지켜냈다. 이만큼 사람 본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명료하게 보여준 이가 또 있을까." 그는 적색 알레르기를 앓는 전 정권의 눈치를 보아가며 조심스럽게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경선에 나서 극적인 반전과 역전, 기적을 써 내려간 그의 기록을 담은 영화.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사람사는 세상'이었다. 외롭고 쓸쓸했지만 그의 꿈을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공감대가 넓게 형성됐다. 우상과 권위의 지배를 받아오던 저간의 세뇌에서 문득 얻은 깨달음의 일섬(一閃)으로.
그가 오래전 이 땅에 남겨두었던 석과(큰 과일·碩果)는 먹지 않고(불식·不食) 씨가 돼야 한다. 그의 뜻이 변치않고 뿌리를 깊게 내려 가지가 번성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퇴보와 질곡의 사슬을 끊어내고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이 사람답게'를 손모아 받치고 나가야 할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