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 분노
선한 의지, 분노
  • 전주일보
  • 승인 2017.03.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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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코먼은 1955년 '분노의 질주·원제:The Fast and The Furious'라는 제목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다. 그 전에 제작한 영화와 이 영화가 성공하면서 코먼은 감독으로 데뷔하고 저예산 영화 감독 및 제작자로 유명세를 얻게된다. 분노의 질주에서 '분노(憤怒)'의 사전적 풀이는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이다. '슬픔이나 분노 따위가 커서 참기 어렵다' 등의 관용구로 쓰인다.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은 맹자(孟子)와 순자(荀子)가 각각 주창한 중국 철학의 주요한 한 갈래다. 인간의 본성을 선(善)에 두느냐, 악(惡)에 두느냐에 따라 이론 전개가 달라진다. 성선설이 인간의 '선한 의지'에 촛점을 맞춰 덕성(德性)을 높일 수 있다고 본 반면, 성악설은 도덕적 수양을 통해 악한 본성을 닦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선한 의지'와 '분노'가 대선 정국의 한 화두로 떠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 '즉문즉답'행사에서 한 '선한 의지'발언이 발단이다. 당시 안 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4대강 사업과 국정농단의 장본인들로 부정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이·박 대통령에게 과연 '선한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의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말한 '선의(善意)'에는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논했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다"며 안지사의 선의의 왜곡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거듭된 논란에 안 지사는 결국 21일 "(선의의 예로)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든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사과했다. 진의와 상관없이 예민해진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안 지사가 처음부터 통합을 강조하다 보니 말이 꼬여 오해가 생긴 듯 하다"고 평가했다.

'선한 의지'의 양태와 이 시대 '분노의 뿌리'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자. 문 전 대표나 안 지사나 구악과 적폐로 오염된 짝퉁 보수를 대체할 야권의 유력 협력자들이다. 서로 각을 세우지않으면서도 적절한 지적과 시인, 뼈있는 평가는 바람직하다. 그들은 "같은 팀원의 한사람으로서 경계선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더불어 선의의 경쟁 속에 지속적으로 진보의 가치를 지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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