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리히 요법'
'하임리히 요법'
  • 전주일보
  • 승인 2017.02.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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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음식을 먹던 동료가 기도나 목구멍에 음식물이 걸려 질식 상태에 빠졌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응급조치는 이렇다. 일단 그를 일으켜 세워 뒤로부터 갈비뼈 밑에 양팔을 두른다. 그리고 두손으로 환자의 배꼽 위 부위를 잡고 수차례에 걸쳐 안쪽으로 세게 당겨 음식물을 토하게 하는 것이다. 간단한 처치이지만 이는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데 요긴하게 활용됐다. 이른바 '하임리히(Heimlich) 요법(療法)'이다. 지난해말 96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헨리 하임리히 박사가 창안해 그 이름을 붙였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 주 웰밍턴 출신으로 1943년 코넬 의대를 졸업한 흉부외과 전문의였다. 신시내티 유대인 병원에서 일하던 1974년 이 요법을 개발했다. 그는 1972년 사람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질식해 숨지는 사례가 많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실험실 개의 목에 튜브를 삽입해 질긴 고기를 넣었다. 고기가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는 개의 위를 주먹으로 압박한 뒤 횡격막 쪽으로 쓸어 올렸다. 개의 폐를 압박해 공기를 유입시킴으로써 음식물이나 다른 물질을 기관 바깥으로 빼낸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와 같은 행위를 계속하자 튜브 사이에 있던 고깃덩어리가 튜브 바깥으로 튕겨 나오고 개는 질식 상태에서 벗어나 숨을 쉬게 됐다. 이 요법이 알려지면서 공공 보건기관과 항공사, 식당협회 등에서 적극 활용됐다. 세계적인 유명 액션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하임리히요법을 써 사람을 구한 적이 있다. 그가 83세이던 2014년, 한 골프 행사에 참석했는데 행사 진행자가 치즈를 먹고 숨 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즉시 하임리히요법을 실시해 그를 살려냈다. AP통신이 보도해 널리 알려졌다. 하임리히 박사 자신도 지난해 5월 은퇴자 시설에서 식사 중 기도가 막힌 동료 거주자(87)에게 이 요법을 써 목에 걸린 햄버거 조각을 토해내게 해 목숨을 살린 바 있다. 하임리히 박사가 응급 상황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요법을 사용한 것이다. 하임리히요법이 널리 알려진 이후 미국에서만 10만여명이 질식사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하임리히 박사는 생전에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 요법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요법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사람을 살리는 인술(人術)을 고안해 널리 알린 하임리히 박사는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의 진정한 후예인 것 같다. 염치를 모르는 자들의 국정농단 사태로 질식 상태에 빠진 이 나라, 이 국민을 구해낼 요법이 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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