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
  • 전주일보
  • 승인 2016.12.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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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캐럴은 연말 들뜬 분위기를 상징했다. 길거리 상점이나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을 통해 곤궁했던 마음을 달래던 기억이 새롭다. 괜스레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연하장을 보내기도 하고 받기도 했던 시절. 거기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며 강제적 혹은 반강제적으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실을 통해 '기부의 작은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올 크리스마스는 캐럴이 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각박한 세태를 떠올리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크리스마스 캐럴은 원래 프랑스어 caroli에서 유래했다. 중세 프랑스에서 둥근 원을 만들어 춤을 추었던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 춤은 겨울 동지 때 축제에서 사용한 이교도들의 무곡이었다. 때문에 춤출 때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 캐럴이 반드시 크리스마스와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캐럴은 본래 교회의 절기 때마다 부르는 모든 노래를 일컬었지만, 특별히 크리스마스 노래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바이나흐트 리트라고 한다.

영어로는 크리스마스이브 송이란 뜻이다. 프랑스에서는 노엘이라고 하며 영국으로 건너와 노웰이라 불려졌다. 캐럴은 공동체 모두 축제의 노래라 할만하다. 연말 공동체의 축제를 향한 노래라할 캐럴이 울리지 않아 정부가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고 한다. 연말연시 중소형 매장에서 저작권료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캐럴을 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저작권법상 3천㎡(909평) 미만의 치킨 집, 일반 음식점 등 중소형 영업장은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도 영업장 분위기에 맞게 캐럴을 들려줄 수 있다. 그간 저작권료를 내던 백화점, 쇼핑센터, 대형마트, 특급호텔 등도 별도의 추가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징글벨' '루돌프 사슴코' 등 연말 서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캐럴. 정부의 분위기 조성에 따라 백화점에서 들려주는 음악 가운데 캐럴의 비중이 50∼70%까지 올라왔다는 통계도 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사다난했던 한해 끝머리에서 서민들은 캐럴을 통해서나마 평화를 염원하고 안식을 찾았다. 정부가 나서서 캐럴을 적극 권장하며 사회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중요하다. 연말 거리에 캐럴이 들리지 않아 예전과 같지가 않다는 분위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먹고살기 팍팍한 삶이 캐럴로 치유될 수 있을까. 공동체의 축제의 노래가 사라진 시대, 억지춘향 격의 캐럴로 분위기를 띄우기보다 서민을 위한 정책과 그 시행이 더 먼저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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