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다원적 가치
농업의 다원적 가치
  • 전주일보
  • 승인 2019.06.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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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환/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환/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누군가 농업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면 선뜻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다. 국민에게 식량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산업이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대답으로는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너무 부족해서 가끔은 대지의 푸르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산업이라는 궁색한 표현을 하곤 한다. 우리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명백하게 인식하고는 있지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간혹 그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쉽게 지나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젊은 농업인을 마주치거나 농업인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냐’면서 한번 씩 측은지심을 가지고 바라보곤 한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농업이 직면한 현실일 것이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농어촌이 없는 나라는 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농어업은 국민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벼 한가마 또는 얼마 정도의 수치를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벼의 존재가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농업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농업의 가치를 먼저 알아야 한다. 

 세계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태동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농업의 환경가치에 대한 계량평가를 1990년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그 가치를 수치화하고 있다.

OECD국가들은 농업부문이 본래의 기능에 더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하였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성격과 정책적 함의에 관한 분석을 실행하는 등 농업문제와 관련한 가장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OECD국가들이 농업의 가치를 환경 공익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까지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은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정서·심리적인 안정감을 줄뿐만 아니라 보건·휴양 기능 및 전통문화 보전과 같은 사회·문화적인 공익적 가치까지도 함양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논은 벼를 재배하는 기간 중 평균 137일간은 물을 가두어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날, 도시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을 때 논에서 발생하는 물 증발로 인한 잠열효과로 하루 평균 825원/㎡의 대기를 냉각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 사용 절감효과도 얻을 수가 있다. 거기에다가 벼를 재배했을 때 생성되는 산소의 양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1일 2.87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얻는 대기정화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1일 0.65원/㎡에 해당하고 논을 거쳐 지나간 물의 수질개선 효과는 COD (Chemical Oxygen Demand, 화학적 산소 요구량)개선도만 평가해도 1년에 188원/㎡에 해당하며 토양유실저감 효과는 1년에 1,243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농업으로 인한 혜택은 이미 온 국민이 함께 누리고 있었지만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아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지나쳐 왔는지도 모르겠다.

 명심보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다 지킬 수는 없으며,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는다고 볼 수 없다.” 돈과 책을 자손에게 남기는 것보다 자연과 세상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고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를 자손에게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제 아무리 농업의 중요성을 백번 말하기보다 자연의 가치를 몸소 깨닫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리라. 

 아직도 농업을 식량 생산의 범주로만 생각하는 1차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공익적 생태가치까지도 포함한 자연의 가치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농업이 되살아날 때까지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에 대해서 국민들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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