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作心三日)
작심삼일(作心三日)
  • 전주일보
  • 승인 2019.01.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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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이 그렇다. 마음 먹기는 참 쉽다. 못할 것도 없다. 그냥 마음으로 결심하는 것이니 누구 눈치볼 일도 아니다. 그래서 누구나 계기만 있으면 매번 마음먹기를 한다. 사실 마음 먹기는 마음 먹은 것을 꼭 이뤄야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마음 먹은 것 자체로도 때론 삶의 위로가 되고 활력소가 되곤 한다. 마치 숫자를 맞춰보기전 복권과 같다.

마음 먹기와 먹은 마음을 실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성공스토리가 많지 않은 걸 보면 분명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작심삼일(作心三日), 작심삼일(作心三日) 하는 모양이다.

작심삼일은 애초에 '신중하게 결정한다'라는 긍정적 의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려조에서 조선조로 이어지면서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굳어졌다.

작심(作心)이란 말은 '맹자' 등문공(騰文公) 하편 호변장(好辯章)에 등장하는데 '심사숙고해서 어떤 일을 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러던 것이 고려조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과 조선조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이어지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을 꼬집는 대명사로 탈바꿈했다.

'고려공사삼일'은 세종실록 정해조(丁亥條)에 나온다. 세종대왕이 평안도 절제사에게 보낸 글에 "우리나라 사람은 처음에는 근면하게 일을 하나 종말에 태만해진다. 그것이 바로 고질적인 병폐이다. 그러므로 고려공사삼일이라는 속담이 생겼다. 이 말이 헛된 말은 아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공사삼일'과 관련해선 조선 중기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유성룡의 일화가 유명하다. "한번은 그가 공문을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 실수가 있어 회수시켰다. 그런데 역리가 진작 발송했어야 할 공문을 그대로 가져왔다. 아예 발송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유성룡이 크게 화를 내자 역리가 대꾸했다.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어차피 사흘 후 다시 고칠 것을 예상했기에 사흘을 기다리느라 보내지 않았습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지금도 일관성 없는 정책을 꼬집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작심삼일이 꼭 부정적이기만 할까. 때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결심의 경우 비록 사흘을 넘기지 못할지라도 의미있는 과정으로 남기도 한다. 새해 계획도 그런 것 중 하나다. 보통 새해 계획은 바람이나 희망으로 채워진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등이 그렇다.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해계획' 관련 설문조사에서 무려 71.2%가 '새해 계획을 꾸준히 지키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실패했다고 해서 새해계획을 신중하지 못한 '작심(作心)'이라고 비난할 순 없다. 새해 계획은 일관성을 다투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기에 그렇다. 작심삼일이면 어떻나. 새해 계획은 사흘을 못넘기더라도 세울 수 있으면 세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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