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14.04.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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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트라 내륙에서는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여자들이 볍씨를 뿌렸다. 벼가 머리처럼 잘 자라라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자바에는 벼가 팰 때가 되면 농부 내외가 밤중에 논으로 나가 사랑을 나누는 곳이 있었다. 그래야 벼가 빨리 여문다고 믿었다. 말레이시아에는 또 벼를 벨 무렵 여자들이 웃옷을 벗는 곳이 있었는데 그렇게 해야 벼 껍질이 두꺼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쌀은 인류의 생명을 지켜 주는 파수꾼이다. 70억의 세계 인구가 쌀을 먹는다.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3대 주곡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113개국, 남극을 제외한 전대륙에서 재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세계 14위(세계 쌀생산량:642만t/조곡)이며, 세계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2억608만5천t), 2위는 인도(1억5천260만t), 3위는 인도네시아(6천904만5천t)다. 그 다음은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필리핀, 브라질, 미국, 캄보디아, 파키스탄, 일본, 이집트, 네팔 순이다.

‘쌀은 생명이다’ 쌀만이 세계를 기아에서 구할 수 있는 식량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만 30억이 넘는 인구가 쌀에 의존해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도 쌀 생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2030년이면 쌀 수요는 38%가 늘어날 전망인데도 쌀 생산이 오히려 ‘심각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경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경고가 현실화되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매년 최소시장접근물량으로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쌀 중 하나인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에 따르면, 2월 미국 중립종(캘리포니아 4% 쇄미) 수출가격은 t당 1천9달러로 전월 보다 41.6%나 상승했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뭄이 심화돼 파종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이러다간 머지않아 쌀값 급등으로 식량 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우리가 먹은 쌀은 한 사람이 하루 2공기 분량도 안 되는 양. 이렇게 되면 쌀 농사를 포기하게 되고 포기하는 순간부터 쌀 값은 금값이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이래서 식량은 무기이며, 안보라 했든가. 이래저래 올 봄은 걱정이 많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로다!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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