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잘 해'
'너 나 잘 해'
  • 전주일보
  • 승인 2014.04.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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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선 때 내놓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과 관련해 “잘못된 약속이었다.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돼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은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 파기와 관련, 처음으로 공식사과를 한 셈이다. 하지만 애초 잘못된 약속을 한 구체적인 배경과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등 여전히 독선적인 모습이다.

최 원내대표는 또 기초연금, 국회선진화법 등 새누리당이 주도한 주요 공약과 법안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세금폭탄이니, 국회마비법 등으로 치부하는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어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기초공천 폐지 문제를 거론하며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됐습니까.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발언하는 순간 "너나 잘해"라고 큰 소리로 막말을 했다.

참으로 경망스럽기 짝이 없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그야말로 상식 밖의 행동으로 비쳐진다.

최 원내대표의 이같은 몰상식한 발언은 결국 국회 전체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을 뿐 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혐오를 더욱 부추키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찌됐던 최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은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정치를 하려면 거짓말 잘하고, 시치미 잘 떼고, 약속 위반을 밥 먹듯이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초선거 공천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태도와 생각에 대해서는 도대체 납득이 안 된다.

지난달 27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게에 진열된 물건에는 회사 이름과 상표가 붙어 있는데 기초선거에서 무공천할 경우 아무 물건이나 진열한 뒤 소비자들에게 고르라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등의 비난도 퍼부었다.

황 대표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결국 오는 6월 지방선거는 지금 이대로 가면 역사상 유례없는 기묘한 형태로 치러지게 된다.

새누리당과 정의당, 통합진보당은 기초선거 공천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모두가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 파기 때문으로 어떤 형태로든 새누리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욱 문제인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새누리당은 큰 이익을 보는 반면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전전긍긍하고 모순이 빚어지고 있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의는 없고, 상식은 물구나무 서있는 정국이다. 이 대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구호가 생각나는 것은 비정상일까.

더군다나 새누리당은 야당내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재고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대국민 약속을 뒤집으려는 검은 속내” 따위의 비난을 퍼붓더니, 이제는 당 대표가 나서서 “무공천은 정당의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을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세심한 주의 없이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들은 억지성 합리화의 천재들로서, 뻔뻔함 또한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약속 위반과 거짓말을 해놓고도 야당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역공책은 가히 삼국지의 영웅, 조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사실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정당이라면 국회의석 130석을 가진 제1야당과 기초선거의 공정한 규칙을 만들기 위해 당장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요, 성숙된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독선, 그리고 사상 유례가 없는 경기 침체에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집권당이 앞장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는커녕, 집권당 대표의 괴변과 최경환 원내대표의 몰상식한 발언에 대해, 향후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해 줄것을 주문한다.

/편집국장  신  영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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