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기자실 폐쇄 '논란'
중앙부처 기자실 폐쇄 '논란'
  • 승인 2007.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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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각 중앙 부처의 37개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고 부처 사무실과 공무원 직접 취재를 제한하는 내용의 취재지원시스템 개편을 강행,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개편을 단행하면서 '폐쇄적 기자단 운영을 해체하고 개방형 브리핑을 도입, 정보개방 확대와 정보.언론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 조치가 오히려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 직접 취재가 차단되면 기자들은 각 부처 대변인을 통해 나오는 '엄선된'정보에만 접근이 가능할 뿐더러 정부가 전자브리핑 시스템에 올라오는 기자들의 질문 중 민감하지 않은 질문만 취사선택해 답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선진화 방안은 국가의 제도와 관행을 정상화.합리화 하고 세계적.보편적 관행과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서로 불편이 따르지만 감수하고 가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담긴 이같은 맹점이 극복되지 않는 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취재시스템 개편-합동브리핑실.전자브리핑 시스템 도입
정부가 발표한 취재시스템 개편 방안은 크게 브리핑실 통폐합과 전자브리핑 시스템 도입 방안으로 나뉜다.
합동브리핑실 공사가 완료되는 8월부터 각 언론사의 부처 출입 기자들은 정부중앙청사 별관과 과천청사에 마련된 합동브리핑실을 이용하게 되고 정부가 새로 도입한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질의.답변 창구로 활용하게 된다.
대전 청사와 청와대.검찰청.경찰청.국방부.금감위 브리핑실은 현행대로 유지되나 검찰청과 경찰청의 경우 본청과 서울청의 브리핑실이 통합 운영되고 서울 8개 경찰서의 송고실은 본청과 합동 운영된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22일 관련 브리핑에서 "2003년 '출입기자제'를 폐지하고 개방형 브리핑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기관의 경우 송고실이 사실상 출입기자실화되어 당초 개방형 브리핑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했다"며 개편 추진 배경을 밝혔다.
▲부처 출입 제한 강화, 취재활동 위축 우려
기사송고실은 현재 각 언론사의 지정좌석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부처 출입 기자단의 의견을 조율하는 간사를 두고 있다. 정부 인사가 주최하는 오찬 등에 참석하려면 일정기간 기사송고실에 상주한 다음 기자단 회의를 거쳐 '상주기자'가 돼야 한다.
'출입기자제'가 폐지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기자실만 없어졌을 뿐 '기사송고실'이란 이름의 출입기자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 방침에 일면 타당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자들의 부처 출입 제한이 강화될 경우 취재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일선 기자들은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백브리핑'에서조차 상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데 전자브리핑제도를 도입한다 한들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낭독하는 수준의 브리핑을 지양하고 질의응답 형식의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언론의 정부 감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盧"기자실 죽치고 단합" 발언이후 4개월만에 추진
국정홍보처가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마련하면서 언론.학계.시민단체.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심도깊게 거치지않은 점도 비난을 받고 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언론사 편집국장과도 만났고 몇몇 언론단체와도 비공개 간담회를 했으며 기자단 간사도 만나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협업조직과 한국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대표적 언론단체들이 모두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데 대체 누굴 만난 것이냐는 빈축만 사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민주당 등 진보.보수를 막론한 정당들도 일제히 신(新)언론통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상당수 부처가 지난 3월 중순 국장급 홍보관리관 워크숍에서 기자실 통폐합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선 기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입맛대로 결정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을 겨냥해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단합한다"고 비난한 이후 국정홍보처가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섣불리 개편을 추진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합동브리핑실 공사를 위해 필요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않았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대선 주자들을 비롯한 각계에서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제대로 설명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설명드리면 선진적 방안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결코 우리는 되돌릴 수 있는 허무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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