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齒)
이(齒)
  • 전주일보
  • 승인 2011.06.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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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두가지를 다 주지 않는다. 이를 준 자에게는 뿔을 주지 않고, 날개를 준 것에는 두 발만을 주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호랑이와 독수리. 호랑이에게는 뿔이 없고, 독수리에게는 두 발 밖에는 없다. 이것은 하늘의 뜻은 공평하고 어느 하나에 편애함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 또한 이를 가졌으므로 뿔을 얻지 못했다. 대신 손과 뛰어난 머리를 가졌으나 사람에게 있어 이만큼 여러 구실을 하는 것도 없다. 이는 음식을 씹는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입술을 받쳐 입모습을 갖추고, 말을 이루며, 기쁨과 분노를 나타내고, 결의와 투지를 돋구고, 힘을 집중시키며, 제2의 손 구실을 하고, 나이를 나타낸다.

이가 없으면 음식을 먹지 못하니 "열 효자보다 낫고", 이가 빠지면 바람이 새 "바람풍(風)이 바담 풍"이 되니 말을 이루며, 흰니·흰살갗·흰손을 '삼백(三白)'으로 삼으니 명모호치(明眸皓齒)의 조건이요, 기쁘면 흰니를 드러내 웃으니 기쁨을 드러내고, 분하면 이를 깨무니 절치부심(切齒腐心이며, 이를 뺀 놈은 이를 빼야 한다(以牙還牙) 했으니 투지를 돋굼이요, 전날 '장자' '맹자'에도 나이드신 분에 대한 공경을 '상치(尙齒)'라 했으니 이는 곧 나이다.

이중에도 문치(門齒):앞니)는 문자 그대로 그 사람의 인상과 관계가 있고, 구치(臼齒:어금니)는 씹는 일에 관계하지만, 견치(犬齒:송곳니)는 그 성정과 관계가 깊다. 송곳니는 송곳같은 날카로움 때문에 공격에 적합하다. 그러므로 송곳니가 발달한 짐승이나 인종일수록 공격적이다. 영어에서는 송곳니가 눈아래 있다 해서 '아이투스'라고 한다.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과 최고 경영자중 상당수가 면접에서 관상을 중히 여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형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특히 치아의 형태와 건강성은 인상을 좌우하는 까닭에 요즘에는 너도 나도 치과를 찾아 교정하거나 아예 앞니를 다 뽑는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물론 관상에 이가 전부는 아니지만 건치는 역시 오복의 하나다.

그래 어려서부터 이 닦는 버릇을 들이고는 있지만, 이는 혀만큼 오래 가지는 않는 것이다. 그걸 치망설존(齒亡舌存))이라 했다. 강한 자는 망해도 유한 자는 나중까지 남음에 비유하는 말. 권좌에서 쫓겨나 '옥사'에 앉아 있는 '이빨'들도 평소 성정이 부드럽지 못해 갇힌 사람들이다.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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