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교복
여름 교복
  • 전주일보
  • 승인 2011.06.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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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 교복이 등장한 곳은 이화학당으로 1886년이었다. 러시아제 붉은 목면으로 만들어져 일명 '홍둥이'로 불리던 치마 저고리였다. 밀짚모자에 구두를 신은 양장교복이 등장한 곳은 숙명여학교였다.

공교롭게도 여성교육기관이 교복을 선도한 셈이 됐다. 남학생의 경우는 1898년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배재학당에서 학생들에게 일본교복과 비슷한 도포차림의 당복(堂服)을 입혔다.

교복은 학생들이 입는 것이었지만 시대상황과 무관할 수는 없었다. 일제시대에는 전시체제가 강화되면서 여학생은 '몸빼'라고 하는 작업복 바지를 입었고,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었다.

1960∼70년대는 남학생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목칼라가 붙은 검정색 교복이었고 여학생은 주로 곤색 교복에 치마와 바지가 엇갈리었다. 아주 예외적으로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에 체크무니 치마가 있었으며, 모자를 쓰는 학교도 있었다.

1982년 교복자율화조치가 이뤄지면서 1983년부터 학생들은 획일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의 교복을 벗어던지고 캐주얼 복장으로 등교한다.

하지만, 교복자율화는 그 민주적 교육 가치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비학생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탈선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비등하자 1990년대 초반에 웬만한 학교에서는 다시 교복을 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 경기지역에서 기존 교복의 불편함과 무더위를 고려해 학생들에게 동일한 디자인과 색상의 편안한 생활복이나 반바지 교복을 착용하도록 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A고의 경우 올해부터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와 바지로 이뤄진 생활복을 착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새로운 생활복 구입이 부담스러운 학생이나 생활복을 싫어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기존 여름 교복을 입도록 했다. B중도 올해부터 원하는 학생들에게 기존의 하복 바지나 치마에 반소매 티셔츠로 된 생활복을 착용하도록 했다.

긴바지 대신 반바지로 된 여름 교복을 입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기존의 긴바지로 된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호남지역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원하고 편한 방향으로 여름 교복 착용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무등일보 논설실장  윤 종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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