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전 금지국
여성 운전 금지국
  • 전주일보
  • 승인 2011.06.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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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운전을 하려면 체포될 각오를 하고, 직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에 기초하고 있는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성에게 운전교육을 하거나 운전면허증 발급을 법으로 금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와 성직자들이 내세운 운전 금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여성 운전자가 바깥 세상에 자주 노출돼 더 위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남성들의 음흉한 시선과 야유를 받지 않으려면 아예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면 남성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 도덕적 가치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자국 여성은 물론 외국인 여성의 운전도 금지하고 있다.

사우디의 이슬람 성직자 셰이크 모하메드 알누자이미는 "여성이 운전을 하면 관계없는 남자들과 섞이게 되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여성의 운전은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는 여성 억압이 아닌 보호차원에서 단행한 조치라는 것이다. 수고스럽게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고 주차를 해놓고 마트까지 굳이 걸어 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운전사를 고용할 수 없는 서민 여성은 남편의 동행 없이는 멀리 갈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여성 운전자에게 대한 가장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다.”고 정리했다.

지난 9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여성 6명이 차를 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달에도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한 여성 운전자가 경찰에 체포되자 여성 운전 금지제 철폐를 촉구하는 운동이 페이스북 등지에서 크게 일어났다.

또 지난 17일에는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사우디 여성들이 거리로 차를 몰고 나와 대규모 운전시위를 벌였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여성 운전 허용을 촉구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 여권을 압수해 1년간 해외여행을 금지시키고, 2년 반 동안 취업길을 막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사우디 경찰력과 이슬람 성직자들이 국법을 어기는 여성 운전자 시위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등일보 논설실장  윤 종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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