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香)
향(香)
  • 전주일보
  • 승인 2011.06.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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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루어로 '아담'은 '사람'이란 뜻이다. '아담'이 아담으로 불려진 까닭을 이슬람교에서는 우드마, 즉 밀 빛깔의 피부에서 유래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일설에는 겉흙으로 만들어진 몸이라는 뜻이라고도 하는데, 그 가슴은 '카아버(메카의 중심 광장에 있었다고 하는 신전)'의 흙이고, 머리는 동방의 흙이며, 다리는 서양의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데 알라신이 이 아담을 낙원에서 추방했을 때 알몸을 가리도록 네개의 나뭇잎을 줬다고 한다. 이 나뭇잎이 얼마후 땅위에 떨어져 첫번째 잎은 명주가 되고, 다음은 사향이 됐으며, 세번째 잎은 유향이 되고, 마지막잎은 인도에 떨어져 여러가지 향이 생겨나게 됐다고 전한다.

이렇게 보면 향(香)이 인생의 생사와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는가 짐작할만 하다. 예수 탄생때 동방의 세 박사가 유향(乳香)과 몰약(沒藥)을 황금과 함께 가져간 것도 우연은 아니다.

생사 뿐만 아니라 '향'은 오랜 옛날부터 숭배의 의미를 높이기 위해 쓰여 왔고, 특히 제례때나 종교의식에 있어서는 동서를 막론하고 향을 피우기 위해 향료를 사용했다.또 향은 사향과 영묘향(靈猫香)을 섞어 만든 장미수처럼 졸도한 사람을 회생시키는데도 쓰이고, 우리의 노리개처럼 침실 무드를 돕는데도 이용됐다.

'향'은 천연향료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근년들어 인조향이 급격히 개발돼 향수나 향 헤어스프레이는 물론 향기나는 광고, 향기나는 섬유까지 나와 선진국에서는 향기 반대운동까지 일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플리머스 대학은 향료와 향수의 종류를 가려내는 전문가를 양성해 내기 위해 4년제의 '향수학위'과정까지 개설했는데, 그렇다고 '개'의 후각을 따를 수는 없는 일이다.

회교 순례자는 경전법에 따라 법의를 입으려면 이발이나 손톱깎기를 중지하고 동시에 향료를 쓰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외국에는 '아로우미 컨트롤'이라 하여 인조향을 빌딩에 공급하는 회사도 있다.

농림부 장관까지 지낸 현직 순천대 총장이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함바 비리 여파라고 하지만 천지에 진동한 저축은행 악취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고서에 "나쁜 냄새는 만년을 간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악취를 덮으려는 인조향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에서 풍겨나오는 도덕의 향기다.

/무등일보 주필  깁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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