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종
망 종
  • 전주일보
  • 승인 2011.06.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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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부터 대한까지 계절별로 여섯 씩, 한 달에 둘 씩 안배된 24절기가 음력 아닌 양력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은 6월 6일이나 7일에 해당하는데 올해는 6일이며 소만과 하지 사이이기도 하다.

망종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까씨래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보리베기와 모내기가 이어져 일년중 가장 바쁜 농번기의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주네." 이문구의 동시 '오뉴월' 처럼 이 때쯤은 농민들이 '발등에 오줌 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쁜 나날이다.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의 바쁜 농촌의 상황은 보리농사가 많았던 남부지방일수록 더 심했고, 보리농사가 거의 없던 북부지방은 상황이 또 달랐다. 이모작을 하는 남쪽에서는 보리나 밀을 베랴, 논을 갈고 써래질하고 모심으랴,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이처럼 농사일이 끝없이 바빠 일을 멈추는 것을 잊는다는 뜻으로 망종(忘終)이라고도 불렸다 한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자연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 '불 때던 부지깽이(부작대기)도 거든다'는 말까지 생기게 됐다.

전남 지역에서는 망종날 ‘보리 그스름’이라 해 아직 남아 있는 풋보리를 베어다 그스름을 해 먹으면 이듬해 보리 농사가 잘 돼 곡물이 잘 여물며 그해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날 보리를 밤 이슬에 맞혔다가 그 다음날 먹는 곳도 있다. 이렇게 하면 허리 아픈 데 약이 되고 그 해를 병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망종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들음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음력 4월내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돼 빨리 거둬 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망종이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게 돼 망종내에도 보리 수확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씨는 곡식뿐만 아니라 매사의 시작이다. 그리고 종자와 뿌리의 시작으로 씨앗 기초가 잘 튼튼해야만 결과가 좋아진다함은 재언을 불문한다 하겠다.

/무등일보 논설실장  윤 종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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