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술의 달"
데스크 칼럼 "술의 달"
  • 이옥수
  • 승인 2009.12.0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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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로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는 연말이다. 마음을 터 놓고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송년모임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술을 좋아하든 아니든 12월의 쉴 새 없이 돌아오는 술자리를 비껴갈 수 없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부작용과 폐단이 속출하기도한다.

연말에 음주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좀 심한 편이라고 한다. 최근 국세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인 1인당 술 소비량은 맥주가 109.83병, 소주는 74.4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70%가 술을 마시고 있고, 전체 인구의 15%정도가 상습적인 음주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잦은 술자리가 과음을 불러오고, 과음이 예기치 못한 뒤탈을 낳는다. 연말의 잦은 술자리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당하게 요령 있게 마시는 지혜라도 발휘하면 좋을 것이다.

건강도 해치지않고 모임의 분위기도 살릴 수 있다면 굳이 피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러나 말 처럼 쉽지 않고 십중팔구는 시작과 끝이 달라지는 것이 술자리다. 하룻밤의 술자리란 개인적 감정의 기복이나 그 판의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게되기 십상이다. 이를 테면 이런 사례와도 같은.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가 어느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 됐는데, 취하기 시작하자 인생과 철학을 논하고 누군가 “귀챦은 세상을 사느니 차라리 센 강에 몸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시적(詩的)인가!” 하며 죽음을 찬미하기에 이른다. 좌중에서 함성이 울리고 이럴게 아니라 당장 센 강으로 달려가자며 걷잡을 수 없이 격동 됐다.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치닫자 몰리에르가 나서 진정시키는데, 센 강에 몸을 던지는 숭고한 의식에는 반드시 증인이 있어야할 것이므로 내일 아침 날이 밝은 후 결행하고 오늘은 술이나 더 마시자며 가까스로 분위기를 진정시켜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틀날 아침 술이 깨자 이들은 어제 저녁의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만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 술자리에는 이런 식의 격동과 신기루 같은 여운을 남긴다. 12월은 술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저녁 술자리는 이 예측할 수 없는 12월의 안녕을 위하여, 건배!    부안=이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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